단독“고려아연 ‘차입처 정정공시’ 단순 실수 아냐” 영풍,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
영풍 “중대한 공시 왜곡”
허위 기재 등 4가지 의혹 제기
금감원 “절차 따라 살펴볼 것”
고려아연이 최근 메리츠화재 등으로부터 5411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차입처를 잘못 공시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닌 ‘중대한 공시 왜곡’으로 의심된다며 영풍이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이날 금감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대량 보유 상황 보고에서 중요 사항에 대한 허위 기재나 누락이 있을 경우 과징금 제재를 받는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진정서 내용을 살펴보면 영풍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개인 신용공여 금지 위반 △집합투자 규제 회피 및 사실상 사모투자 구조 활용 △금산분리 규제 위반 및 금융회사의 산업회사 지배 개입 △5% 보고 허위 기재 및 중요 공시 왜곡 등 총 4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메리츠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 ‘피23파트너스’가 이달 14일 제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의 자금 조달과 담보 계약 상대방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최 회장 등 오너 일가와 담보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으로 메리츠증권만 기재됐다. 이에 “개인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일자 고려아연은 21일 정정공시를 통해 메리츠증권을 차입처에서 ‘주선 금융기관’으로 바꿨다. 실제 대주단은 메리츠증권 외에 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계열사 2곳과 광주은행·전북은행·JB우리캐피탈 등 3곳으로 정정됐다.
이와 관련해 영풍 측은 “대출·담보계약 상대방은 거래의 실질과 위험 구조를 판단하는 핵심 사항으로, 자본시장법상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며,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는 계약서 첨부를 전제로 하므로 계약 상대방을 잘못 기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사항이 사후 변경된 점은 단순 오류로 보기 어려우며 시장 신뢰와 직결되는 중대한 공시 왜곡 문제로 평가될 수 있다”며 첫 공시의 진실성과 정정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과 메리츠증권이 SPC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종투사의 개인 신용공여 규제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SPC 자본금이 1200억 원에 불과한 ‘명목상 회사’인 데다 최 회장 일가가 SPC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영풍 측은 “이익과 손실이 모두 개인(최 회장 일가)이 부담하는 구조로, SPC를 매개로 한 우회적 개인 신용공여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이 밖에도 영풍은 이번 거래가 실질적으로 집합투자 또는 사모투자 구조에 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비등록 유동화 SPC 구조로 외관만 바꿔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회피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영풍은 메리츠증권이 SPC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이를 통해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개입한 여지가 있다며 ‘금산분리 규제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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