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의 정치웨이브] AI 발전과 민주주의 거버넌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장
공정한 정책·입법 수립 도움 주지만
딥페이크 등 여론 왜곡 공론장 위협
위험 줄이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해야
입력2026-04-25 05:00
수정2026-04-25 05:00
지면 23면
미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 업체 앤스로픽이 최근 사이버 보안 AI ‘미토스’를 공개하면서 인류의 디지털 생태계가 혼돈에 빠졌다. 당장 출시되면 엄청난 재앙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빅테크 기업들의 사전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 글라스윙’에 참여하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 등에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AI 서비스가 전 세계 모든 금융 및 국가기관의 보안망을 해킹할 수 있는 인류의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AI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비서형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자율형 에이전트 AI의 개발로 노동과 산업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업무 속도가 엄청나게 단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딩과 디자인 업무의 기술 장벽, 산업 간의 경계 모두 무너지고 있다.
AI는 교육 현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식을 생산하는 주체인 교수와 학위증의 사회적 권위가 추락했고 교실과 캠퍼스는 배움의 공간으로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AI로 무장한 슈퍼 개인은 역량이 증강돼 스스로 맞춤형 학습과 실시간 피드백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네트워크형 학습 패러다임을 주도해 개인의 평생 학습 경험을 상호 검증하고 기록한다.
AI의 발전은 특히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협하고 있다. 허위 영상인 딥페이크와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필터 버블’ 현상은 시민의 합리적 사고와 건전한 토론을 해칠 수 있고, 중대한 국가적 정책 결정이 알고리즘의 편향성으로 왜곡될 수 있다. 민주주의 핵심 과정인 공론장에서의 국민 여론 형성이 자칫 기술에 의해 왜곡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만 AI 발전이 공정한 정책·입법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탈리아의 ‘AI 증강 의회’는 법안들의 유사성을 AI가 분석하고 실시간 수정을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안을 만들어낸다. 영국 정부의 ‘컨설트’는 법 제정 과정에서 제시된 방대한 의견을 AI로 분석·정리한 후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또 정보기술(IT) 기업인 미국의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국내의 코딧(CODIT)은 수많은 법·정책 및 의정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관심 법안의 통과 가능성과 규제 방향을 예측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AI 정치인’의 선거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비록 피선거권은 없지만 인간을 대신해 출마해서 부패하고 불공정한 정치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AI 정치인은 뉴질랜드의 샘을 비롯해 영국의 스티브, 미국의 로바마 등이 있다.
AI가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인류 공동체를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은 물론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함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AI 발전이 초래한 공론장의 양극화, 사회적 차별,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윤리적·기술적 차원의 협력적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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