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의 딜레마
진혜인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변호사
입력2026-04-24 15:34
진혜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숫자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24년 말 기준 1인 세대는 1012만 2587로 전체 세대의 42%에 달한다. 2020년보다 100만 세대 이상 늘었다. 혼자 살림을 차린 사람만 1000만 명이 넘어 서울 인구(933만 명)을 웃도는 규모다.
이들의 주거 형태는 어떻게 될까.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41.6%가 전월세 등 임차 형태로 산다. 이 수요를 흡수하는 채널은 크게 두 갈래다. 아파트·다세대 같은 주택 임대, 그리고 오피스텔·코리빙 같은 비주택 임대다. 그런데 이 거대한 수요를 받아야 할 기업형 임대 사업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유는 비용 구조에 있다. 법인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업에 나서면 다섯 겹의 장벽이 기다린다. 취득세 12% 중과, 기본공제 없는 종합부동산세, 양도 시 20% 추가 과세, 규제지역 LTV 0%의 담보대출 제한, 임대료 증액 5% 상한. 개인에게 적용되는 1~3% 취득세와 비교하면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 다섯 가지가 겹치면서 신규 진입은 막히고, 기존 사업자의 자금 운용에는 부담이 쌓인다.
시장은 조용히 우회로를 찾기 마련이다. 코리빙(공유주거)이 그 결과물이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 코리빙은 2025년 1분기 기준 7371세대로 9년 만에 4.7배 늘었다. 2024년 임대차 계약 건수도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숫자보다 현장이 더 선명하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의 ‘셀립 가디’는 20층짜리 건물 전체에 386개 개인실과 홈짐·공유주방·공용 라운지를 갖춘 코리빙 시설이다. 직방 계열 우주프로퍼티매니지먼트가 운영하며, 2023년 8월 운영 개시 이후 빠르게 입주가 진행됐다. 입주자의 80% 이상이 20~30대다. 1만 2000여 기업, 14만여 명이 근무하는 G밸리의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한 사례다.
강동구에서는 다른 방식의 실험이 이뤄졌다. 2024년 모건스탠리와 그래비티자산운용은 강동구 길동의 미분양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자산을 약 133억 원에 매입해 리모델링했고, SLP(에스엘플랫폼) 운영의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으로 전환했다. 투자 비히클인 그래비티강동레지던스펀드 규모는 200억 원, 모건스탠리 97.5%·SLP 2.5%의 지분 구조다. 도시형생활주택 104실과 오피스텔 26실, 합계 130실. 팔리지 않던 자산이 1인 가구 임대주택으로 살아난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위브리빙과 함께 영등포구 양평동의 더스테이트 선유 호텔을 매입해 코리빙형 렌털 하우징으로 전환한 사례까지 더해지면, 이 시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한층 분명해진다.
코리빙이 주로 활용하는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다. 취득세 12%가 아닌 4.6%, 비주택담보대출 LTV 70%가 적용된다. 같은 임대 사업이라도 어떤 자산을 다루느냐에 따라 비용 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코리빙도 딜레마 앞에 선다. 등록하면 취득세 85% 감면을 받을 수 있지만, 10년 임대 의무기간과 임대료 5% 상한이 뒤따른다. ‘단기·유연 임대’를 강점으로 삼는 모델과는 애초에 맞지 않는 조건이다. 혜택과 의무가 한 묶음으로 설계된 구조가 사업자에게 불편한 선택을 강요한다.
제도 개선 논의는 세 방향으로 모인다. 첫째, 이미 있는 장기 임대 혜택부터 일관되게 운용하는 일이다. 정권마다 제도가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온 탓에 1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호소는 묵은 불만이 아니다. 새 혜택을 만들기보다 기존 혜택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먼저다.
둘째, 자산 유형과 운영 방식에 따라 의무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다. 단기 코리빙과 장기 임대주택에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게 합리적인지 따져볼 때가 됐다.
셋째, 빈 오피스텔이나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때도 대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강동구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도심에서 잠자는 자산을 주거 공급으로 연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기도 하다.
코리빙의 급성장은 하나의 신호다. 억눌린 수요가 어떤 크기인지를 시장이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수요를 어떤 공급 구조로 받아낼 것인지, 투기 억제와 임대 산업 육성 사이에서 어디에 균형점을 찍을 것인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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