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기본법·근로자추정제, 기업엔 ‘엎친 데 덮친 격’
입력2026-04-25 00:01
지면 23면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 약 870만 명의 비전형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기본법)’ 입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라디오에서 “형식적으로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종속된 관계라면 노동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터기본법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 1호 법안이다.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선언적인 기본법이라 강제력이 약하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추정제’를 패키지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도 근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추정해 분쟁 시 사업주가 이를 뒤집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비전형 근로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 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모든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법안이 시행된 터에 일터기본법과 근로자추정제까지 도입되면 산업 현장은 인건비 급증과 소송 대란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실질적인 계약과 관계없이 일단 근로자로 간주하고 이를 반박할 책임을 영세한 소상공인에 지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 등 산업 대전환으로 다양한 노동 유연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시대 흐름에 맞는 근로계약과 제도 도입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노동 유연성 수준이 글로벌 표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을 더 경직되게 바꾸는 입법을 추진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규모별 특성을 무시한 채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만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입법은 결국 기업의 투자 위축과 신규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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