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정보교환은 적법한가 위법한가

■이병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입력2026-04-25 10:00

수정2026-04-25 10:00

이병주

이병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경쟁사들이 모여 정보를 나눈다. 업계 협회 회의에서 생산량과 가격 동향을 공유한다. 이런 정보교환은 담합인가. 법무팀장은 매번 고민한다. 업계 협회가 요청하는 판매 데이터 제출, 월례 회의 참석이 위법한 건 아닐까.

같은 정보교환이라도, 어떤 정보를 어떤 이유로 공유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약 100년 전인 1920년대에 내린 두 판결이 그 경계를 보여준다. 두 사건 모두 목재 업계 협회의 정보교환이 문제됐다. 그러나 결론은 정반대였다.

American Column & Lumber 사건: 미래 계획을 공유한 정보교환

1918년 미국 활엽수 제조사 협회(American Hardwood Manufacturers‘ Association)가 출범했다. 협회는 “공개 경쟁 계획(Open Competition Plan)” 부서를 운영하며 회원사들에게 방대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회원사들은 협회에 판매자가 특정되는 일일 판매량과 선적량, 주문서와 청구서를 첨부한 모든 판매 세부사항, 월간 제품별 생산 및 재고량, 매달 가격 리스트와 가격 변동 자료를 제공해야 했다.

협회 사무국은 이를 취합해 회원들에게 각 회원의 상품 등급별 월별 생산 요약, 판매자와 가격 및 구매자가 특정되는 주간 판매 및 선적 보고, 각 회원사의 모든 선적 보고, 월별 재고량과 재고 요약, 회원사들의 월별 가격 리스트 요약을 제공했다.

여기까지는 과거 거래 정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협회는 회원들에게 “향후 몇 개월간의 시장 상황”에 대한 견해를 요청했다. 각자의 “향후 2개월” 생산량 계획을 공유하도록 했다. 전문가 보고서는 미래 가격과 생산에 대한 제안을 담았다. 정기 회의에서는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협회의 분석가는 모든 데이터를 검토한 후 더 높은 가격이 정당화되고 쉽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반복적으로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더 주목할 점이 있었다. 보고서는 판매자에게만 제공됐다. 구매자에게는 가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통일된 행동을 하는 만큼 이익이 될 것이라며 행동 통일을 끈질기게 제안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를 담합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협회의 기본적인 목적이 원래 경쟁해야 할 많은 사업자들 간 생산량과 가격에 대해 “통일된 개별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봤다. 법원은 기록을 검토한 결과 “협회 회원들이 참여하고 사무국장이 주도한 체계적인 노력이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동 노력이 실제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고 보았다. 법원은 회의가 명목적으로 대중에 공개되었고 일부 방대한 보고서가 법무부로 제출되었다 해도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Maple Flooring 사건: 과거 정보만 공유한 합법

1925년 단풍나무 바닥재 제조사 협회(Maple Flooring Manufacturers‘ Association)가 법정에 섰다. 협회와 회원사 22곳이 피고였다. 이들도 정보를 교환했다.

협회는 바닥재의 모든 규격 및 등급에 대한 평균 비용을 계산해 배포했고, 5,000~6,000개 선적 지점 사이의 운송 요금을 담은 소책자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회원들이 제공한 판매량, 종류, 가격 정보를 수집해 통계로 만들었다. 재고량은 사무국장이 요약해 제공했으나 회원사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기 회의에서 산업 동향을 논의하고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판매 및 가격에 대한 모든 보고서는 오로지 과거의 종결된 거래만 다뤘다. 협회가 수집한 통계는 공개됐다. 수집된 통계들은 협회 회원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90%에서 95%가 읽는 무역 저널에 출간됐다. 이 통계는 상무부에 전송되어 현재 비즈니스에 대한 월간 조사를 출간했고, 연방준비은행 및 기타 은행으로 전달되어 누구나 원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포함되지 않은 정보였다. 현재 가격 견적은 없었다. 예약된 신규 주문 세부사항(고객 이름, 주문의 지리적 출처)도 없었다. 미처리 주문 세부사항(고객 이름, 고객의 지리적 위치)도 없었다. 잉여 재고를 보유한 회원의 이름, 보유 중인 원목의 양, 주문 취소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American Column & Lumber 사건과 구분했다. 그 사건에서는 협회 회원들이 참여하고 협회 사무국장이 주도하고 지시한 체계적인 노력이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법원은 중요한 원칙을 선언했다. 즉, 사업자들이 사업 조건에 대해 더 폭넓고 과학적인 지식을 얻게 되고, 그 결과 생산과 가격이 안정된다 해도 부당하거나 불법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반독점법이 경제 법칙을 폐지하지 않으며, 정보 수집과 배포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상품의 비용, 생산량, 과거 거래에서 상품의 실제 가격, 보유 중인 재고, 주요 출하 지점에서 소비 지점까지의 대략적인 운송 비용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수집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원심을 뒤집고 담합을 부정했다.

고려해야 할 질문

두 판결의 차이는 분명하다.

첫째, 과거 정보인가 미래 정보인가. 첫 번째 사건에서 협회는 “향후 2개월 생산량”, “미래 가격과 생산” 계획을 공유했다. 이는 각자의 향후 행동을 조율하는 수단이 됐다. 반면 두 번째 사건은 오로지 “과거의 종결된 거래”만 다뤘다.

둘째, 정보가 특정되는가 일반화되는가. 첫 번째 사건에서는 “판매자가 특정되는” 판매량, “각 회원의” 생산량처럼 누가 무엇을 했는지 식별 가능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회원사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통계로만 제공했다.

셋째, 정보가 공개되는가 폐쇄되는가. 첫 번째 사건에서 보고서는 판매자에게만 갔다. 구매자에게는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통계가 무역 저널에 출간되고, 상무부와 연방준비은행으로 전달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넷째, 행동 조율의 증거가 있는가. 첫 번째 사건에서는 협회 설명자가 “통일된 행동”을 끈질기게 제안했고, 법원은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발견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그런 행동 조율의 증거가 없었다.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법무팀장이 판단해야 할 기준은 명확하다. 업계 협회가 요청하는 정보가 과거 거래 통계인가, 미래 계획인가. 회원사가 특정되는 정보인가, 익명화된 통계인가. 그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는가, 회원사끼리만 공유되는가.

경쟁법은 정보 수집과 배포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보교환이 경쟁사 간 행동 조율을 가능하게 하거나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초래한다면 위법이 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