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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 ‘쿠팡 로비’에 흔들려서야 되겠나

입력2026-04-25 00:01

지면 23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6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순방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6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순방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수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쿠팡 사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미 정치권이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외교 이슈와 결부시키려 한다는 관측은 있었으나 청와대가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미 공화당 의원 54명이 주미대사에게 쿠팡 관련 항의 서한을 보낸 시점에서 청와대가 이를 공론화한 것은 이 문제가 더는 동맹의 악재로 번지지 않게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쿠팡은 현재 337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귀책 사유가 명백한 개별 기업의 처벌 문제가 국가 안보 이슈와 결부되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인 쿠팡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며 우리가 추진 중인 핵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 권한 확대와 관련한 고위급 안보 협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쿠팡 측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미국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 연방 상원의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올해 1분기에만 109만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쏟아부었다.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기 전의 두 배나 된다. 로비 대상은 의회뿐 아니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를 넘어 백악관 비서실과 부통령실까지 아우른다.

최근 한미연합훈련 범위 이견 노출에 이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을 둘러싼 정보 공유 논란 등으로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오죽하면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양측 간의 ‘시각 차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했겠나. 가뜩이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주요 사안에서 사소한 이견을 불화로 키워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쿠팡 사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처리’라는 기조를 견지하되 안보 현안은 별도의 트랙에서 더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혀야 한다. 일개 배송 기업의 이해관계가 한미 동맹의 가치를 흔드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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