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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성추행·남양주 스토킹 민생수사 부실… 잇단 내부 비위도 도마

쿠팡·김병기·하이브 등 대형사건 늑장

민생 사건에서도 부실 수사정황 잇따라

내부에서는 성추행·음주운전 비위들도

경찰 “내우외환 상황… 쇄신해야 산다”

입력2026-04-26 12:00

수정2026-04-26 12:00

수개월간 결론 못내는 대형 사건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 역량을 입증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경찰이 쿠팡이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병기 무소속 의원 등 굵직한 정·재계 수사에도 좀처럼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나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민생 분야에서도 잇따라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도 성추행이나 음주운전, 수사무마 등 경찰관들의 비위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수사권을 쥐게 될 경찰을 향한 국민의 우려의 시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면서 대응에 나섰던 대형 사건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2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서울경찰청에 2600억 원대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신청한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24년 말이다. 수사 시작 이후 1년 반가량이 지난 시점까지도 법리검토만 하고 있다 이달 21일 겨우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3일 만에 반려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주한 미국대사관이 방 의장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 협조 요청 서한을 보내자 홧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려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하이브 용산 본사와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방 의장을 지난해 9월 14일과 22일, 11월 5일, 7일,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출국금지 조치까지 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께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지만 이후로도 5개월가량 수사가 사실상 멈춰있던 상태였다.

차남 숭실대 편입 특혜, 가족 진료 특혜, 공천헌금 의혹 등 총 13가지 비위 의혹을 받는 김 의원에 대한 수사도 좀처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의혹이 제기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 김 의원과 관련한 다수의 사건 중 경찰의 손을 떠난 것은 없다. 늑장수사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 측은 이른 시일 내로 혐의 유무가 판단 가능한 수준의 의혹부터 순차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2주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쿠팡의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서도 지난 1월 경찰은 86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강호동 농협지주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 또한 마찬가지로 공회전 중이다.


성추행 불송치에 스토킹 살인 못막아… 민생분야도 구멍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제공=농협중앙회

정·재계 유력 인물이 연루된 대형 사건의 경우 사안의 복잡성으로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옹호론이 나오기는 하지만, 민생 사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농협경제지주에서 발생한 전직 간부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나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40대 남성의 20대 여성 스토킹 살인사건,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 등 최근 민생 사건에서도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강제 추행 의혹을 받는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경제지주 전직 간부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퇴임을 앞둔 농협경제지주 전직 간부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같은 회사 여직원을 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직원은 지나해 12월 영등포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지난 2월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 여성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협지주 관계자들이 내부 신고를 유도했고,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가해자가 사직서를 제출, 별다른 징계 없이 퇴직금까지 수령하며 조직을 유유히 이탈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내부 신고 이후에 가해자의 사임 사실이나 징계가 어려워지게 된 상태에 대해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형사 대응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나눈 메신저 내용 등을 공개했지만 경찰은 끝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는 서울경제신문 측에 “인사팀은 사임 여부와 관계없이 인사위원회를 진행하고 징계 기록을 남기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사건 이후 10kg 이상 체중이 감소하고 건강 이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신체적 피해를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영등포경찰서는 서울남부지검 등으로부터 재수사 지시를 받고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발달장애 아들과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손님과 소음 등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중 주먹으로 가격당해 쓰러진 김창민 감독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경찰은 김 감독을 폭행한 남성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유가족의 요청과 검찰이 요구한 보완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A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결국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부실 수사 논란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 이달 7일 경기북부경찰청은 현장 대응의 적정성을 살피는 일반 감찰과 사건 수사 절차 전반을 들여다보는 수사 감찰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 출동과 수사에 관여한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스토킹 보호 대상인 20대 여성이 대낮 길거리에서 40대 남성의 흉기 공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작동했는 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달 14일 오전 8시 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노상에서 20대 여성이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해자는 범행이 발생하기에 앞서 위협을 느끼고 사건 당일 오전 8시 56분께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눌러 112에 신고했지만 끝내 살해당하고 말았다.

가해자와 사실혼 관계였던 피해자는 과거부터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수차례 신고했고 최근에는 가해자가 자신의 차량에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이 이에 대해 접근 등을 막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를 결정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북부경찰청은 구리경찰서를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올 2월 구속영장 신청 및 유치장·구치소에 감금하는 조치인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게 했지만 실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추행·음주운전·수사무마까지… 내부 비위로 자멸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유명 인플루언서 남편인 재력가 이모씨가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유명 인플루언서 남편인 재력가 이모씨가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외적으로도 흔들리는 경찰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내부 비위다. 음주운전이나 성비위, 심지어는 수사 무마 의혹까지 제기되며 경찰 내부의 기강해이가 경찰을 향한 불신의 시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달 21일 서귀포경찰서는 최근 소속 순경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파면을 의결했다. 그는 이달 8일 제주시 노형동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인 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순경은 2021년부터 존속폭행과 무전취식 등으로 경장에서 순경으로 강등됐으며, 복귀한 직후 지난 2월에도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이달 16일에는 서울경찰청이 최근 부하 직원을 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관내 경찰서 간부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경찰청 또한 해당 간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뇌물을 받고 수사를 무마해준 의혹으로 현직 경찰관 송 모 씨가 수사를 받는 사례도 있다. 강남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던 경감이 금품을 받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남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다른 팀이 수사하던 정보를 그에게 유출한 의혹이다.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학원 모델로 활동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자 그의 남편이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경정을 통해 송 씨를 만나 룸살롱 접대를 하며 금품을 건네고, 송 씨는 다른 팀이 맡고 있던 해당 사건 수사 정보를 인플루언서 남편에게 유출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현재 경찰의 상황을 ‘내우외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은 “수사에서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쉽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경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비위부터 잡아야 한다”며 “내부 비위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니 수사에서 작은 실수를 저질러도 경찰이 크게 욕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간부급 경찰관은 “큰 사건들에 대한 속도감 있는 수사도 중요하지만, 경찰 본연의 역할은 민생수사기 때문에 민생 분야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부실한 부분 없이 확실하게 처리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비위가 발생한 뒤에 아무리 감찰을 하고 징계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조직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불안한 징조”라고 설명했다.

채민석의경솔한이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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