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트럼프’는 여전히 있다[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인사이드]
주류 언론 여론조사서 취임 후 최저 지지율
하지만 공화당· MAGA서는 지지율 80%대
‘내 생애 최고 대통령’ 응답도 94% 달해
11월 중간선거 예상 밖 선방할 수도
정부·기업, 참패 후 레임덕 예단 말아야
입력2026-04-26 17:59
지면 30면
“한국에서는 전쟁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라는 소식만 부각되는데, 실제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잇달아 방미한 한국의 정·관·재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박빙 속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우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대거 나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기준 312대226으로 압승을 거뒀다.
실제 현재 미국 주류 언론이 전하는 여론조사의 큰 내용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2기 출범 이후 최저치(16~20일 미국 성인 2596명 대상, 표본오차 ±2.6%포인트)를 기록했다. NBC방송 등의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3월 30일~4월 13일 미국 성인 3만 2433명 대상, 표본오차 ±1.8%포인트)에 그쳐 역시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반대에 가까운 결과도 존재한다. 여론조사 업체 매클로플린이 8일부터 15일까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이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군을 동원하는 것에 52%가 찬성했고 ‘이란에 대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응답은 59%로 과반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지지가 굳건하다. NBC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트럼프 행정부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83%로 올 초 조사보다 4%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80%가 넘었다. 자신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대응을 지지한 비율은 87%에 이르렀다.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미국 우파 진영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텍사스에서 열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이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년 직접 참석해 장시간 연설하는 자리로,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행사’로까지 불렸다. 이를 두고 이란 전쟁으로 지지층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을 것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일정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행사 주최 측이 참가자 1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여론조사를 한 결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96%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트럼프가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는 데 94%가 동의했다. 89%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지지했다. 미국 보수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전혀 식지 않은 것이다.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두 번이나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는 선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과 바쁜 일상에 여론조사는 거부하지만 투표권은 적극적으로 행사해 선거 결과가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
미국 정치 관전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패해 그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바닥 민심이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는 위험하다.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맞춰 경영 전략을 짜는 기업과 한미 관계를 관리하는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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