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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수지 창경 구성원변호사

입력2026-04-27 11:19

이수지

이수지

법무법인 창경 구성원 변호사

계약 관련 AI 이미지.
계약 관련 AI 이미지.

“변호사님, 계약서에 제가 손해 보는 조항은 없나요?”

계약 검토를 의뢰받을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동시에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계약서를 펼치면 의뢰인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인 창작자에게 “이 조항은 삭제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기에, 답변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냉정한 시장에서 신인이 자신에게 100%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다.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처음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불리함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다. 완벽한 계약이 아니라,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계약’을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몇 가지 실무적 기준을 짚어본다.

첫째, 수익과 비용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많은 창작자가 배분 비율에 집중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지’다. 특히 순이익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공제 가능한 비용의 범위가 불명확하면 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정산금이 사실상 0원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원작료, 마케팅비, 플랫폼 수수료 등 공제 항목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순이익이 계산되는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정확한 계산 방법을 이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정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열람권 또는 회계감사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식재산권(IP)의 귀속과 범위를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가 일반화된 환경에서, 초기 계약 단계에서의 권리 설정은 향후 수익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계약금 규모에 집중한 나머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장기적으로 가장 큰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이용 형태가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포괄적 양도’ 조항은 예측하지 못한 영역까지 권리를 이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실제로 그 해석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능하다면 파생 권리에 대해 재협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정한 수익 지분을 유지하는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약이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중도 종료 시 권리의 귀속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셋째, 계약의 ‘종료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완벽한 계약이 아니라 나를 지킬 수 있는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익배분 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계약 해지·해제 조항이다. 현재의 협상력으로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바꾸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안전하게 계약을 벗어날 수 있는 구조는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 한다. 계약기간, 갱신 조건, 상대방의 귀책사유 발생 시 해지 가능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때 ‘귀책사유’를 따지려면 먼저 계약서 안에서 상대방의 의무와 자신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계약상 의무가 명확히 존재해야 그 위반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팁을 하나 덧붙이자면, 상대방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때그때 지적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정산 자료 제공 의무와 같은 조항이 존재한다면, 그 불이행을 꾸준히 기록으로 축적해 두었다가 향후 계약 해지 시 상대방의 귀책을 입증하는 핵심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넷째, 계약서 밖의 소통 역시 관리해야 한다.

계약서는 최종적인 합의의 결과물이지만, 그 해석은 체결 과정 전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협상 과정에서 오간 이메일이나 메시지, 발언 내용 등은 경우에 따라 계약 해석의 보충 자료로 활용되거나 별도의 합의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특히 계약서 문구가 불명확한 경우 이러한 자료는 분쟁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예를 들어, 순이익의 계산과 관련해 분쟁이 생겼을 때, 계약 체결 전 서로 순이익의 계산방법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를 보관하고 있었다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구두 발언은 입증이 어려운 만큼, 협상 과정의 주요 합의 사항은 이메일 등 문자화된 방식으로 재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내게 불리해 보이는 조항이 오히려 상대방의 동기를 강화하는 구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공은 창작자 단독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획, 제작, 홍보, 유통이 함께 맞물려야 결과가 만들어진다.

예컨대 수익을 나와 상대방이 3:7로 배분하는 구조라면, 표면적으로는 불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더 큰 몫을 가져가는 구조는 그만큼 상대방이 작품의 성공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만드는 동기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단순히 내 몫의 비율 숫자를 1% 높이는 것보다, 그 비율을 유지하되 상대방이 마케팅 예산이나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내게 얼마나 유리한가’라는 기준에 머무르기보다, ‘이 조항이 쌍방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설계되었는가’까지 확장해서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결국 계약 당사자 모두가 함께 열심히 할 때 비로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변호사님, 제가 손해 보는 조항은 없나요?” 이에 대한 나의 답은 분명하다. 손해가 되는 조항은 존재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손해가 감당 가능한 범위인지, 그리고 미래의 선택지를 봉쇄하는 수준인지다. 완벽한 계약은 없지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계약은 분명 존재한다.

이수지의 Enter In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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