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믿던 시대 끝났다…유럽·아시아 ‘국방 각자도생’
아태 군비 증가율 16년 만에 최대
‘中과 대치’ 대만 드론 21만대 도입
독일은 24%, 스페인 50% 증액
자위대 강화한 日 이란 파견도 긍정 전환
입력2026-04-27 17:42
수정2026-04-27 19:34
전 세계 군비 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기댔던 주요 국가가 자체 무장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총 2조 8900억 달러(약 4260조 원)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이는 11년 연속 증가세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2.5%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3대 군사비 지출국인 미국·중국·러시아는 총 1조 4800억 달러(약 2177조 원)를 쏟아부어 전 세계 군사비의 절반 이상인 51%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내비치는 등 안보 기조가 불확실해지자 유럽 국가들도 전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2025년 유럽 군사비 지출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8640억 달러(약 1271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독일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1140억 달러(약 167조 원)를 지출해 유럽 국가 중 군사비를 가장 많이 썼고 스페인은 50% 증가한 402억 달러(약 59조 원)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군비 지출이 GDP 대비 2.0%를 넘었다. 유럽의 군사비가 증가한 데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도 있었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더 이상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군사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SIPRI는 분석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군사비는 6810억 달러(약 1002조 원)로 전년 대비 8.1% 늘며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군사비는 3360억 달러(약 494조 원)로 전년 대비 7.4% 늘어나며 31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만 역시 군사비 지출이 전년 대비 14% 확대된 182억 달러(약 27조 원)로 1988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드론 21만여 대를 도입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전력 증강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9.7% 증가한 일본은 622억 달러(약 97조 원)를 기록했으며 GDP 대비 비중은 1.4%로 195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호르무즈에 자위대 파견을 찬성하는 일본 국민들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론도 군사력 증강을 지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호르무즈에 자위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파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74%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뒤집힌 것이다. 호르무즈 파견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성격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재무장’의 계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이 기존과 같은 안보 지원을 계속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면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다양한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어 각 나라들의 군비 증가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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