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에너지효율 높여 수명·주행거리 확장…특허 선점 경쟁 불붙는다

<1부> 10대 패권기술 키워라-⑧건식공정 입은 배터리

가격경쟁력 확보·성능 강화 ‘두토끼’

전극 활물질 더 얹어 사용기간 늘려

전고체·ESS 약점 보완 ‘게임체인저’

LG 이어 테슬라·中·日기업도 참전

“공정 안전성·신속도입 여부가 관건”

입력2026-04-27 17:51

수정2026-04-27 20:19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대전기술연구원에서 건식 전극을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대전기술연구원에서 건식 전극을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달 17일 찾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대전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은 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건식 전극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실험실 내 모니터를 응시하며 건식 전극 장비에서 생산된 샘플의 품질을 꼼꼼히 검사했다. 전극에 밀착된 화학물질의 두께와 로딩량·접착력 등 기본 물성 체크는 물론 초정밀 현미경을 통해 양극 물질이 균일하게 도포됐는지 확인을 거듭했다.

이들이 개발 중인 건식 전극 기술은 액체 용매를 사용해 ‘슬러리(활물질·도전재·바인더 등을 섞은 물질)’를 바르고 말리는 기존 습식 공정 대신 활물질을 고체 파우더 형태로 뭉쳐 전극 시트를 만드는 혁신적인 공법이다. 전극은 일반 금속에 슬러리를 도포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배터리로서의 기능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건식 전극 공정은 액체 용매를 건조하고 회수하는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생산라인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에너지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고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 규제로부터도 자유롭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건식 전극 공정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생산 설비 규모가 습식 공정보다 작아 공장 건설 시 필요한 부지가 30%가량 줄어 전체 투자비를 감축할 수 있다.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건조 장비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아낄 수 있어 생산 비용이 17%가량 줄어든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17일 대전기술연구원에서 건식 전극을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17일 대전기술연구원에서 건식 전극을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건식 공정으로 만든 전극은 성능도 뛰어나다. 습식 공정은 건조기에 투입해 포일(박) 위에 활물질과 부자재를 충분히 도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건식 공정은 포일 위에 품질 저하 없이 활물질과 부자재를 20%는 더 전극에 얹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셀의 에너지밀도를 높이거나 용량을 키울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과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이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LFP(리튬·인산·철) 전극에 건식 공정을 적용하면 더 우수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좁혀 뒤처진 시장점유율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식 전극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술로도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소량의 수분만으로도 표면이 쉽게 분해돼 제품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습식 공정으로 만든 전극은 액체 용매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건조 과정을 거쳐도 용매를 완전히 말리기 어려워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이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건식 전극을 사용하면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액체 용매가 필요 없어 제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공정에서 건식 양극에 우선 건식 전극을 활용한 후 음극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식 전극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이는 지렛대다. ESS 배터리는 전기차와 달리 급속 충전이나 고출력에 대한 요구가 낮은 반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 역시 건식 전극 기술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건식 전극 공정 전문 업체인 맥스웰을 인수해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테슬라는 4680(지름 46㎜, 높이 80㎜) 셀 생산에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해 2024년부터 시험 생산을 하고 있다. 삼성SDI(006400)와 SK온도 각각 건식 전극 공정 관련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며 양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은 대형 셀에 건식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비야디(BYD)는 전고체 배터리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파나소닉은 일본 와카야마 생산 시설에 4680 배터리용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모두 건식 전극 공정 기술 개발전에 뛰어들어 기술 선점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건식 전극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공개했다. 이는 여러 개의 둥근 롤 설비를 활용해 균일하고 평평한 전극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본격화할수록 특허 분쟁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어 건식 공정 기술을 얼마나 안정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도입하는지가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