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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 “말러의 천인 교향곡, 후대를 위한 선물”

■ 민간 오케스트라 ‘말러리안’ 예술감독 진솔

말러 교향곡 전곡 도전 10년

하반기 ‘부활’ 공연으로 완주

전세계 여성 지휘자 중 첫사례

30일 예술의전당서 400명 출연

“포기 않는 인간에 대한 위로 담아”

입력2026-04-28 17:42

수정2026-04-28 23:49

지면 27면
10년간 말러 전곡 연주 중인 ‘말러리안’의 지휘자 진솔이 27일 ‘천인’ 교향곡 악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10년간 말러 전곡 연주 중인 ‘말러리안’의 지휘자 진솔이 27일 ‘천인’ 교향곡 악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10년 전 민간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렸어요. 난이도가 높은 데다 비용도 많이 드니까요. 20대의 무모함이 있었기에 시작한 말러 연주가 저를 이만큼 성장시켰죠.”

민간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의 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진솔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의 소회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2016년 창단 이후 매년 말러 교향곡을 무대에 올려온 ‘말러리안’은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아홉 번째 공연인 교향곡 8번 ‘천인’을 선보인다.

올해는 전국 교향악단들이 경쟁적으로 말러 연주에 나서며 이른바 ‘말러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 진 지휘자의 행보는 단연 눈길을 끈다. 30대 여성 지휘자가 이끄는 민간 악단이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눈앞에 둔 사례는 극히 드물다. 10월 마지막 순서인 교향곡 2번 ‘부활’ 공연까지 마치면, 진솔은 아시아 최연소이자 전 세계 여성 지휘자 중 최연소로 말러 전곡을 완주한 지휘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진 지휘자는 “보수적인 클래식계인 만큼 젊은 지휘자가 단원들을 모아 말러를 하겠다고 하니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매년 꾸준히 공연을 해내면서 공부도 깊어지고, 강인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쉬운 공연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올해 도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말러 교향곡 10곡 중 규모가 가장 방대한 ‘천인’은 편성 면에서도 압도적이고, 음악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910년 초연 당시 1000명이 넘는 출연진이 등장해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번에는 100명 안팎의 오케스트라에 국립합창단, 부천시립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김포시립어린이합창단 등 4개 단체와, 소프라노 이윤정·김수정·장혜지, 알토 김세린·정수연, 테너 박승주, 바리톤 이승왕, 베이스 전태현 등 성악가 8명이 무대에 오른다. 출연 인원만 400명에 달해 대형 교회를 빌려 리허설을 진행할 정도다.

천인 교향곡은 말러의 철학과 예술이 응축된 작품으로 꼽힌다. 1부는 9세기 라틴어 찬미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가 등장하고, 2부는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장면을 텍스트로 삼은 성악곡으로 이어진다. 진 지휘자는 ‘천인’을 통해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말러를 만났다고 말한다. “앞부분에선 마치 굿을 하듯 인간이 신을 부르지만 이후에는 인간 자신에게 시선이 향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는 말러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어요. 불안과 고뇌, 그리고 위로가 담긴 곡입니다. 말러 본인이 후대를 위한 선물이라고 여길 만큼 만족해했던 작품이죠.”

진 지휘자 역시 이 곡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공연을 기획하고 꾸려가는 일이 힘들어 ‘과연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말러를 사랑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말러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것과 같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열정과 끈기에 보답하듯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10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끝으로 10년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진솔 지휘자의 바람은 뭘까.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100년 전 같은 고민을 안고 음악을 만들었던 말러와 연결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앞둔 ‘말러리안’의 진솔 지휘자가 27일 명성교회에서 가진 리허설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앞둔 ‘말러리안’의 진솔 지휘자가 27일 명성교회에서 가진 리허설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앞둔 ‘말러리안’ 진솔 지휘자가 27일 명성교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앞둔 ‘말러리안’ 진솔 지휘자가 27일 명성교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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