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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과, ‘그들만의 잔치’가 정당한가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상근부회장

협력사, 납품가 압박에 상대적 박탈감

초과이윤 일부 공동 R&D펀드 등 출연

산업계, 자율적 성과 공유모델 필요

입력2026-04-30 05:00

수정2026-04-30 05:00

지면 35면

최근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가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강 위상을 실감케 한다. 산업계에서는 올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각각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적게는 150조 원에서 많게는 3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내년 초 5억 원을 훌쩍 넘는 성과금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근로자라면 평생을 일해도 한 번 만져보기조차 힘들 정도의 성과급이 확정되고, 이것도 모자라 성과급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는 노조를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회사 입사 자체가 로또로 여겨질 만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부러움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면 이것이 과연 정당한 보상 시스템일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성과조차 반도체 산업 전반에 골고루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기업이 모든 성과를 독점하는 데 반해 소재와 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은 여전히 납품 단가 인하 압박과 불안정한 수익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이 가치사슬 전반으로 충분히 이전되지 못하면서 산업 내부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결국 기술혁신의 기반을 약화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자체를 훼손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번 사례는 화려한 실적 이면에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간과했던, 한편으로는 애써 외면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논쟁은 불과 얼마 전에도 있었다. 정유 업계가 2년 전 고유가와 정제마진 확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초과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비록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특정 산업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익이 어떻게 재분배돼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확인한 바 있다. 반도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AI라는 구조적 성장 동력에 의해 발생한 초과이익이라면 이를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고민할 시점이다. 단순히 세금을 통한 사후적 재분배가 아니라 산업 내부에서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성과 공유 모델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협력사 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협력사에도 일정 비율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이익 연동형 계약’ 혹은 초과 이윤의 일정 부분을 공동 연구개발(R&D) 펀드에 출연해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 성과급 체계의 사회적 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 단기 실적 중심의 과도한 보상은 조직 내부의 갈등뿐 아니라 다른 산업 종사자의 근로 의욕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특정 산업에서의 성공은 몇몇 기업의 노력이 아니라 수많은 협력사와 근로자, 사회적 제도라는 복합적 생태계가 상호작용한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오늘의 호황은 내일의 갈등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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