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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사] 봄의 풍경 떠오르는 막스 리히터의 ‘사계’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입력2026-04-29 18:08

지면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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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봄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비발디(1678-1741)의 ‘사계’가 떠오르곤 한다. ‘사계’를 생각할 때 새소리 연주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네 계절 중에서 유독 봄에 더 생각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새소리뿐만 아니다. ‘봄’을 예로 들면 1악장에서는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를 즐기다가 폭풍이 불고 천둥이 치는 소리에 놀란다. 2악장에서는 꽃이 대화를 나누고 목동은 잠이 들며, 3악장에서는 백파이프 연주에 맞춰 춤을 춘다. 이렇게 이 곡에서는 이야기가 숨어 있어 표제음악에 가깝다. 당시에는 기악곡이 서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그래서 이 곡이 수록된 악보집 ‘화성과 창의의 시도(1725)’라는 의미심장한 제목과 묘하게 어울린다. 300년 전 베네치아에서 작곡된 곡이 지금도 사랑받는 데는 이렇게 삶의 이야기로 남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듯하다.

‘사계’는 시대마다 노래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비발디의 곡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재작곡한 막스 리히터의 ‘사계(2012)’는 최근 작품으로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사계’가 아닐까 한다. 그는 비발디의 원곡이 들려주는 새소리 등 특징적인 패턴과 주요 선율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시그니처와 같은 감각적 화음으로 21세기의 음악적 풍경을 만든다. 이렇게 300년 전 전원의 사계는 오늘날 도시의 사계로 탈바꿈했고 비발디의 고전적 공감은 리히터의 동시대적 공감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그는 단숨에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 됐다. 리히터는 재작곡에 대해 보석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는데 ‘동시대적 공감’이라는 보석은 이 곡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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