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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순위의 허상

입력2026-04-29 18:13

지면 35면
민병권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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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재 군사력 평가 사이트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05년부터 매년 주요국의 군사력 순위를 발표해 왔다. 한국의 순위는 2010년 12위였다가 불과 1년 만에 7위로 급등했다. 이후 다소 오르락내리락하다가 2024년부터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GFP가 핵무기는 빼고 국가별 군사력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 중인 드론, 사이버전 능력 등 비대칭 전력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재래식 군사력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핵무력을 갖추고 드론·해킹 등의 능력까지 비약적으로 키운 북한·중국·러시아 앞에서 재래식 군사력 5위라는 한국의 순위는 허상에 가깝다.

당장 이란전과 우크라이나전은 GFP의 순위 비교가 헛된 것임을 보여준다. GFP 기준 1위인 미국이 16위 이란을 상대로 2개월 넘게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위 러시아는 20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4년째 수렁에 빠져 있다. 이는 현대전 양상이 단순 재래식 전쟁을 넘어 복합전·비대칭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동맹과 우방의 지원 여부, 지정학적 특성, 경제력과 당사국 국민들의 결집 등 전황을 좌우하는 변수들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우리 군사력이 세계 5위임을 환기하며 “그런데 왜 자꾸 우리가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말했다. 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단편적인 군사력 순위 비교는 실전 앞에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북한은 GFP 기준 31위이지만 핵무기뿐 아니라 드론과 재래식 무기까지 증강 중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는 첨단 복합전을 경험하고 북중러 결속까지 다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드론작전사령부 조직을 흔들고 미군과는 연합훈련 갈등에 이어 군사정보 공유 차질까지 빚고 있다. 실질적 자주국방력 강화로 우리 군의 실전적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안보 불안 해소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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