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 한미 통상·안보 마찰 없기를
입력2026-04-30 00:01
지면 35면
쿠팡 사태로 한미 간 통상·안보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그간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동일인을 자연인 김 의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사실이 이번 판단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의 현장 조사 결과 공시 자료 허위 제출 혐의가 있을 때는 김 의장을 형사 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의 동일인이 바뀐 것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후 처음이다.
김 의장이 한국의 법률 규정에 따라 동일인에 지정된 것은 쿠팡 측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쿠팡은 2025년 337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김 의장은 수차례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동일인 지정으로 김 의장은 개인과 친족 보유 회사 공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금지 등 한층 강화된 투명 경영을 요구받게 됐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김 의장과 쿠팡을 비호하기 위해 우리 정부를 더 강하게 압박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미국 측이 이번 결정을 문제 삼을 경우 한미 통상·안보 협력 관계가 뜻하지 않게 훼손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인 쿠팡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며 우리가 추진 중인 핵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권한 확대 등 안보 협의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거부한 한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미 행정부가 공정위 결정까지 엮어 대미 투자와 관세 압박을 더 세게 몰아붙일 가능성도 있다.
‘쿠팡 딜레마’를 지혜롭게 풀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정교한 외교·통상 전략이 요구된다. 이런 때일수록 한미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정치권의 감정적 발언은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당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쿠팡 문제에 대응하되 미국 조야에 퍼진 쿠팡 관련 오해를 불식하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일개 배송 기업의 로비에 밀린다는 인상을 줘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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