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리츠 주주단 유상증자도 제안…고통 분담해 “일단 살리고 봐야”
[제이알 주주단 유증 제안]
유상증자 철회가 화 키웠다…“운영자금 확보 기회 스스로 걷어찬 셈”
감정평가서도 못 챙긴 경영진…공시 철회 뒤 “더 나쁜 조건으로 돌아왔다”
“배당상품은 주가보다 구조”…주주단, 자산가치 희석 감수하고 증자 요구
7830만 유로 조기상환이 관건…“13개월 버티면 청산보다 잔존가치 높아”
입력2026-04-29 21:54
수정2026-04-29 22:28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단이 자산가치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상증자를 수용하려는 것은 ‘방어적 성격의 증자’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유상증자는 새로운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기 위한 증자가 아니라 기존 재무구조를 정리하고 단기 차입금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산이 만기가 짧은 차입 구조를 안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리츠회사가 단기 차입을 계속 연장하는 구조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자기자본을 늘리고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면 단기 차입 구조가 정리되며 재무 안정화 효과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올해 1월 말과 2월 초에 걸쳐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가 철회하면서 일각에서는 주주 보호 차원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적으로 자산가치 희석을 피했고 주가 충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단 측은 “리츠는 배당상품이어서 당장 눈앞의 주가보다 구조가 더 중요하다”며 “2월에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밝힌 유상증자의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와 차입금 상환이었고,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가 나쁜 조건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유증 철회는 채무불이행(디폴트)로 돌아왔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달 전자단기사채 400억 원어치와 공모사채 600억 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경영진의 무책임한 대응뿐 아니라 판매를 맡았던 금융사의 상품 위험성 미고지 문제도 지적된다. 주주단은 판매사들이 ‘안정적인 은퇴 소득을 위한 부동산 임대 자산’으로 광고하면서 환헤지 비용 부담, 유상증자 희석 위험 등 핵심 리스크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유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헤지 100% 조건은 막대한 정산금 손실로 이어졌음에도 판매 단계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주주단 측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나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당국을 설득해 헤지 비율을 50~70%로 조정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반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략적 수정 없이 자산가치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에셋·삼성 등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이미 같은 함정에 빠진 적 있다”며 “다만 그쪽은 사모 구조라 내부에서 처리하고 넘어갔지만 제이알은 공모 리츠여서 수만 명의 개인 투자자가 직접 피해를 떠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개인 투자자는 약 2만 82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생법원이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평가한다면 청산보다는 잔존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이슈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주단의 자금 동결 사유를 즉시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기 상환 규모는 약 7830만 유로(1350억 원)로 지난해 벨기에 자산 임대료의 108.5% 수준”이라며 “주주나 채권자가 13개월가량 희생하면 해당 사유가 해소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맨해튼 빌딩의 매각 대금을 두고 상환 유예를 요청한 이유기도 하다. 주주단 측은 “임차인이 없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임차인도 있고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현금유보(캐시트랩) 이슈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배당과 유상증자에 캐시트랩까지 해소된다면 회사가 살 수 있으니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감독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는 2023년 ‘리츠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내놓으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 만에 사상 첫 공모 리츠 법정관리 사태와 마주하게 됐다. 국토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야 위법 관련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날 김이탁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부동산원과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으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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