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어버이날 “저 못 가요” 문자 보낸 딸…회사 무단퇴사 후 시멘트에 묻혀 있었다
입력2026-05-02 00:00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2015년 5월 2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오피스텔에서 이모씨(당시 25세)가 여자친구 김모씨(당시 26세)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목을 졸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2014년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 강사와 수강생으로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사건 당일 함께 술을 마시다 보증금 문제로 다투던 중 김씨가 이별을 선언하자 이씨가 돌변한 것이다.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억대 연봉 취업을 앞두고 가족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하던 김씨의 삶은 그렇게 멈춰 섰다.
범행 후 이씨의 행동은 치밀했다. 이틀간 시신과 함께 지낸 뒤 사흘째 되던 날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승합차를 빌려 시신이 담긴 여행 가방을 실었다. 사전에 암매장 장소를 검색하고 고무대야·시멘트·삽까지 준비한 이씨는 충북 제천의 외딴 야산으로 향했다. 1m 깊이의 구덩이를 판 뒤 시멘트로 채워 시신을 완전히 밀봉했다.
이후에는 경기 수원·용인 일대를 돌며 범행 도구와 피해자 유품을 공사장과 길거리에 분산 투기했다. 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출근하기까지 했다.
이씨가 자수하기까지 16일간 저지른 행각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김씨 아버지·동생·지인 등과 50여 차례 문자를 주고받으며 마치 김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출근했냐”는 아버지 문자에 “응 일찍 출근해”라고 태연히 답했고,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못 간다”고 딸인 척 문자를 보냈다.
김씨의 가족은 점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회사에서 ‘무단퇴사’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억대 연봉으로 계약한 뒤 “첫 월급 타면 500만원을 드리겠다”라고 한 딸이 갑자기 무단퇴사를 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에 놀라 전화를 해봤지만 꺼져 있었고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씨는 범행 16일째인 18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경찰에 자수했다. 자수 전 손목을 긋는 자해를 시도했지만 스스로 119에 신고하는 등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범행 전부를 자백했다.
2015년 10월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양형 기준 상한(징역 13년)을 크게 웃도는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2심(서울고법)도 “결별 요구를 이유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시멘트로 유기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2016년 8월 대법원도 징역 18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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