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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시급한 로봇 산업

임창기 볼츠원 대표

입력2026-04-30 18:27

임창기

임창기

볼츠원 대표

로봇 산업의 표준을 강조하는 AI 이미지.
로봇 산업의 표준을 강조하는 AI 이미지.

국제 표준은 흔히 기술적 합의의 산물로 이해된다. 그러나 산업의 실제 작동 원리는 다르다.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ISO)는 표준을 창조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질서를 정리하는 기관에 가깝다. 표준은 회의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반복 사용되며 형성된다.

패스너 산업은 이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볼트 하나의 규격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조립 방식과 생산성, 자동화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특정 체결 방식이 채택되면 설계가 바뀌고, 설계는 생산라인을 바꾸며, 결국 공급망 전체를 재편한다. 이 변화가 누적되면 그것이 곧 표준이 된다.

문제는 현재의 체결 표준이 대부분 자동차와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육각과 십자, 그리고 일부 특수 규격은 오랜 기간 산업에 고착되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 환경에서는 이들이 반드시 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로봇 산업이다. 로봇은 경량화, 정밀 반복성, 유지보수 효율, 자동화 조립 친화성이 핵심 경쟁 요소다. 체결 방식 역시 이러한 요구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로봇 제품은 여전히 기존 규격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판단이라기보다 산업 관성의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첨단 로봇 분야 일부에서 볼츠원 볼트와 같은 새로운 체결 구조가 실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단순한 부품 변경이 아니라, 산업 표준 형성의 초기 신호다. 표준은 언제나 작은 적용에서 시작해 반복과 확산을 거쳐 형성된다.

지금 로봇 산업은 전형적인 산업 태동기 단계에 있다. 설계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기업별 구조가 다양하며, 기술 변화 속도도 빠르다. 다시 말해 아직 지배적인 체결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바로 이 시기에 어떤 기술이 먼저 자리 잡느냐가 향후 산업 구조를 결정한다.

과거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십자 규격은 자동차 자동화 공정에서 먼저 채택되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Torx 역시 특정 산업에서의 초기 적용을 통해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표준이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먼저 사용되었기 때문에 표준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금 첨단 로봇 분야에서 볼츠원 볼트가 적용되기 시작한 현 상황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술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산업 태동기에서의 초기 채택은 곧 설계 기준이 되고, 설계 기준은 공급망을 통해 확산되며, 결국 표준으로 이어진다.

퍼스트무버 전략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다. 특히 체결 기술과 같은 기반 부품은 한 번 채택되면 장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초기 선점의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러나 산업 태동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기술은 검증이 부족하고, 기업은 리스크를 회피하려 하며, 기존 규격에 대한 의존성도 강하다. 이로 인해 기술은 존재하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정체 구간이 발생한다. 많은 혁신 기술이 이 단계에서 사라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서 반복 사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로보티즈의 로봇 손. 임창기
로보티즈의 로봇 손. 임창기

첫째, 초기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공공 로봇 사업과 스마트 제조 프로젝트에 새로운 체결 기술을 반영하면 초기 레퍼런스가 형성되고 민간 확산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둘째, 표준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기준 체계 안에서 새로운 체결 방식을 정의하고 이를 국제 표준 논의로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표준 주도권은 확보할 수 없다.

셋째, 시험과 인증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 체결 기술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넷째, 산업 간 확산 전략이 필요하다. 로봇 산업에서 시작된 체결 기술이 자동차, 반도체 장비, 방산 등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연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표준은 단일 산업이 아니라 다수 산업에서 동시에 사용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결국 표준 경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산업 주도권 경쟁이다. 누가 먼저 사용하고, 누가 반복 생산에 적용하며, 누가 공급망을 장악하느냐가 핵심이다. ISO는 그 결과를 승인할 뿐이다.

지금은 분명한 전환점이다. 첨단 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체결 기술이 실제 적용되기 시작한 지금, 이는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산업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주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초기 시장을 만들고, 표준을 제도화하며, 산업 확산을 연결하는 역할 없이는 어떤 기술도 표준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표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형성된다. 그리고 그 형성은 언제나 시장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그 출발점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임창기의 피지컬 AI와 패스너
임창기의 피지컬 AI와 패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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