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피 목전에도 IPO 시장은 냉기…올해 신규 상장 ‘반토막’
1~4월 상장 17곳…스팩 제외 11곳 그쳐
중복상장 규제·중동 리스크에 ‘눈치보기’
따따블 속출에도 대어급 IPO 줄줄이 지연
입력2026-05-03 10:41
코스피가 중동발 긴장 속에서도 7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상장 기업 수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상반기 내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1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개)보다 10개 줄어든 수치다. 스팩(SPAC)을 제외하면 상장 기업 수는 11개에 불과해 전년 동기(25개)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월별로 보면 공백이 더욱 두드러졌다. 스팩을 제외하고 신규 상장기업 수는 1월 1개, 2월 0개, 3월 8개, 4월 2개에 그쳤다. 3월을 제외하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진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기대와 반도체 등 주도주의 호실적이 맞물리며 랠리를 지속했지만, IPO 시장에는 이 같은 온기가 확산되지 못했다.
올해 신규 상장 종목들의 첫날 성적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액스비스, 에스팀 등이 공모가 대비 4배 상승하는 ‘따따블’을 기록했고 인벤테라, 카나프테라퓨틱스 등도 ‘따블’로 마감했다. 채비, 한패스, 덕양에너젠 등 일부 종목은 장중 공모가 대비 따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상반기 최대어로 꼽힌 케이뱅크는 다소 아쉬운 흐름을 보였다. 상장 첫날 9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988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소폭 상승 마감하는 데 그쳤다.
최근 IPO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주요 배경으로는 중복상장과 관련한 정책 변수가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8일 자본시장 안정화·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모회사 상장 상태에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의 한 유형으로 판단해 상장 허들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CJ올리브영 등 대형 IPO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기업들이 상장 시점을 조정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공모 시점을 놓고 눈치보기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관망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관련 제도 정비를 상반기 내 마무리하고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만큼,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대어급 상장이 본격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대어급 IPO가 추가로 진행되지 않는 데다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는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