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뺀 생산 증가 0.2%뿐인데 제 배만 불리겠다는 勞
입력2026-05-03 18:16
수정2026-05-04 06:02
지면 31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0.2% 증가에 그쳤다. 생산·소비·투자 등 6대 지표가 모두 11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내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1.7% 성장했지만 반도체를 빼면 제자리나 다름없다. 서비스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증시 활황으로 금융·보험업 생산은 크게 늘었지만 숙박·음식업 등은 여섯 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반도체 중심 성장이 고용과 내수로 확산되지 못하며 K자형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성과급 파업 예고는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반도체의 성과가 극소수 내부자에 집중되면서 산업·계층 간 괴리를 키우고 있는 탓이 크다. 삼성전자 노조에서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의 탈퇴가 줄을 잇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여론과 이재명 대통령의 ‘노조 이기주의’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 급기야 씨티증권은 노조 리스크를 이유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사흘째 전면 파업을 이어가며 손실을 키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식에서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깨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다”며 상생의 노사 관계를 강조했다. 노사 관계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노조가 파업 만능주의에 매달린다면 노사는 갈등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노동계는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이 플랫폼,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소외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곱씹어야 한다. 정부도 노동자 보호를 앞세운 노동정책이 사회적 갈등과 기업 부담을 키우지는 않는지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호하고 지나치게 확대된 노란봉투법이나 근로자 추정제가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단순한 볼멘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낡은 이분법적 틀을 깨야 할 때다. 노사는 상식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상생과 공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배분은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투자의 성과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일 수 없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인프라와 협력업체·주주까지 아우르는 공동의 성과라는 점을 외면한 그 어떤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