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한은 부총재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고민할 때”...하반기 인상 시사
ADB 총회 한은 출입기자 간담
4월 통방 한 달 만에 급반전
점도표 상향 가능성도 시사
반도체 착시론엔 “사이클 더 길어질 것”
입력2026-05-04 10:00
수정2026-05-04 12:17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융통화위원 자격으로 처음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공개 언급했다. 불과 한 달 전 중동 리스크를 이유로 성장률 하향을 경고했던 한국은행 기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으로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 부총재는 3일(현지 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현지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물가는 예상보다 많이 오르고 경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며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인하 사이클 종료 후 인상 전환 경로를 내부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란 사태 이후에는 공급 충격으로 물가와 경기가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을 우려해 정책 판단을 유보해 왔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재는 “전쟁은 공급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켜 물가는 올리고 경기는 둔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당시에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상황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국은행은 성장률 하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구체적 수치 제시는 5월로 미룬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6%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사이클이 강하게 회복되면서 수출이 살아났고, 정부 부양책 영향으로 소비 심리도 개선됐다”며 “전쟁 이후에도 경기 하방 위험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5월 금통위에서 공개될 점도표 역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2월 점도표보다 전반적으로 위쪽으로 이동할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경로 상향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분위기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한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올해 하반기로 대폭 앞당기며 연내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미셸 램 S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두 차례 인상 시 기준금리가 3.0%가 되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기 이후 최고 수준(3.5%)보다 여전히 0.5%포인트 낮은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 회복이 일시적 반등을 넘어 구조적 체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유 부총재는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사이클이 꺾이기 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적 대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는 당장 성장 하방 위험이 제한적인 만큼 경기 둔화에 대응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물가 압력에 대응한 긴축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환율에 대해서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1480원대에서 움직이는 것과 관련해 “경상수지, 성장률, 물가 등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원화 국제화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현송 신임 총재가 취임 후 원화 국제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MSCI 편입과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유 부총재는 “원화 국제화와 MSCI 편입은 필요충분조건 관계가 아니며, 두 사안이 처음부터 함께 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 총재가 원화 국제화를 강조한 맥락에 대해 “MSCI 편입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 활용도를 높여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금융 안정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57%까지 낮춰 전망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추정치는 2% 내외”라며 “경제 변수가 그렇게 급격히 하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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