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과연 NATO 탈퇴 권한 부여받았나
조지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대통령이 모든 권한 독점’ 이론 뜨지만
상원 찬성없이 나토 조약 종료 불가
현행법 어기며 일방적 폐기 안될 말
입력2026-05-05 05:00
수정2026-05-05 05:00
지면 23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 시저 암살을 결의한 카시우스는 “우리의 시저 황제는 도대체 어떤 고기를 먹었기에 저리도 위대해졌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오늘날 비대해진 대통령 권력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이 같은 ‘고기’는 바로 헌법 이론이다.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은 미국 정치 및 사법 논쟁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개념이다. 이 이론은 상원이 동의한 조약이라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할 권리가 있다는 등 급진적 주장을 담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탈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대해 오랫동안 품어 온 적대감 때문에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러한 적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1949년 나토 창설 이래 가장 큰 유럽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토를 떠나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일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이 같은 주장의 파장을 떠올려 보라. 이는 아무리 중대한 조약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탈퇴할 수 있는 고유의 권한이 있다고 가정하는 셈이다.
사이크리슈나 방갈로르 프라카시 버지니아대 법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흔히 상원이 조약을 비준한다고 말하지만 상원에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상원은 조약 체결에 대한 ‘조언과 동의’를 제공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즉 조약을 국제적 계약이자 국내법으로 확정하는 행위인 대통령의 비준 과정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약은 상원의 동의가 있어야만 비로소 조약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약은 헌법 제6조가 말하는 ‘국가의 최고법’이 된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만들지도 않은 이 법률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한다면 이는 ‘법률이 충실히 집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닐까.
나토 조약 제13조에 따르면 조약의 어떤 당사국이든 탈퇴 의사를 통보한 지 1년 후에 당사국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49년 당시 미 의회가 이 조약에 동의할 때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제13조에 따른 탈퇴를 단행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 수 있었을까? 만약 달 수 없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반대로 그때 의회가 그러한 역할을 주장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왜 안 된다는 말인가? 커티스 브래들리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헌법이 조약 탈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국 당시 조약은 7개뿐이었다. 오늘날 조약은 수천 개에 달하지만 나토 조약만큼 중요한 조약은 없다.
브래들리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건국 후 100년간 어떤 대통령도 조약 종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들은 조약을 종료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했다. 2023년 마코 루비오를 포함한 상원의원 86명은 조약 비준 투표 요건과 동일하게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나 의회의 입법 없이 ‘대통령은 미국을 나토에서 유예·종료·파기 또는 탈퇴시킬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켜 현행법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이 이 법을 따르지 않으면서 동시에 다른 법, 즉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일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외국 정부를 일방적으로 승인해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조약은 미국의 의무를 확립한다. 외교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우위가 곧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참여를 배제할 권한이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단일 행정부 이론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에게 행정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행정 임무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대통령이 독점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존 유 UC버클리 로스쿨 교수는 “헌법은 상원이 조약 체결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따라서 국제 협정과 관련된 다른 모든 사항은 대통령의 소관”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상원은 대통령이 반대하는 조약을 강제로 수용하게 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원이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약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유 교수는 “나토 탈퇴가 의심할 여지 없는 외교정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이 재앙 앞에서 헌법이 의회를 한낱 방관자로 전락시켰다고 역설한다. 어떤 이론이 이같이 문제점을 보인다면 당연히 재고돼야 할 필요가 큰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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