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산다”…서울 첫 집 구매자 57%가 30대
30대 생애최초 매수 비중 40%대->57% 급등
집값 상승·임대시장 불안에 “일단 사자” 많아
강서·노원·성북·영등포 등 중저가 매수세 주도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수혜 영향도 커
입력2026-05-05 07:30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30대 비중이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다. 공급 대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집값이 꺾이지 않자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위기감이 30대를 매수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 등)을 구입한 30대 비중은 49.9%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 들어 이 수치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월 53.9%였던 30대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2월 55.2%, 3월 57.4%로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4월에도 57.0%를 유지했다. 2010~2021년 10년 넘게 43~46%대에 머물던 수치가 불과 수년 만에 57%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만 보더라도 올해 1월 32.6%이던 30대 매수 비중은 3월 43.4%까지 올라 2019년 1월 집계 이후 8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상의 배경에는 집값 상승과 공급 정책에 대한 불신이 겹쳐 있다는 분석이. 지난해부터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지자체·주민 반발에 부딪혀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이 매수 전환을 부추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가 생겼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임대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차인들이 앞으로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목돈을 전월세에 묶어두느니 대출을 얹어 매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30대의 매수가 집중되는 지역은 서울 평균보다 집값이 낮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외곽이다. 올해 1~4월 기준 30대 생애최초 집합건물 매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서구(1051명)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6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노원(958명)·성북(882명)·영등포(871명)·구로구(863명)가 뒤를 잇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중저가 주택은 고가 주택보다 대출 문턱이 낮고 세 부담도 적다”며 “이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의 강남·비강남 분절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2022년 금리 인상기에 36.9%까지 위축됐다가 2023년 정책금융의 부활과 함께 가파르게 회복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이 집중 투입되면서 서울 생애최초 매수 시장은 사실상 ‘30대 맞벌이 가구의 정책금융 의존형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0대가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사이 20대와 40대의 비중은 쪼그라들고 있다. 20대 비중은 2022년 17.8%에서 올해 1월 8.5%로 5년 새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선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쳐 초기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결과다. 40대도 올해 1월 22.8%에서 4월 17.8%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연령대로의 매수 쏠림이 구조적으로 굳어지기 전에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와 도심 공급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지방 균형 발전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향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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