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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쥐어주고 사용법 교육까지… 엔비디아가 서울대 로봇 유망주 지원하는 이유는

입력2026-05-06 05:30

수정2026-05-06 05:30

엔비디아가 서울대 공대생들에게 로봇 탑재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제공하고 각종 개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원한다. 엔비디아가 학부생 교육을 목적으로 국내 대학에 반도체 제품과 공식 교육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는 첫 사례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3월과 4월에 걸쳐 서울대 기계공학부에 ‘젯슨 오린 나노 슈퍼 개발자 키트’ 20대를 무상 제공했다. 젯슨 시리즈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 등이 하나의 보드에 결합된 소형 컴퓨팅 모듈이다.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지 않고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기계에서 곧바로 AI 연산 처리를 수행하는 에지(현장 배포) 컴퓨팅용으로 개발된 제품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기계공학부 교수와 학생들이 로봇 개발 실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젯슨을 제공했다.

‘젯슨 오린 나노 슈퍼 개발자 키트’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엔비디아
‘젯슨 오린 나노 슈퍼 개발자 키트’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엔비디아

아울러 엔비디아는 기계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활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젯슨 시리즈를 쓰기 위해선 ‘제트팩’이라 불리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키트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 제트팩 안에 포함된 여러 소프트웨어는 전문가용 프로그램이기에 별도의 교육 없이 대학생들이 곧바로 쓰기엔 문턱이 있다. 이에 엔비디아 코리아와 엔비디아 국내 총판사인 MDS테크가 5월 중 서울대생들에게 젯슨 사용 초기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국내 대학교에 공식적으로 제품과 교육 프로그램까지 무상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의 국내 사업에 밝은 한 IT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본사도 한국의 대표 대학인 서울대와 협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긍정적으로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는 서울대 학사 정규 과정에 전문가를 보내 로봇 개발을 직접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엔비디아와 서울대는 올해 2학기 개설될 기계공학부 ‘창의공학설계’ 과목에 엔비디아의 ‘딥러닝 인스티튜트(DLI)’ 교육 과정을 일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DLI는 엔비디아가 GPU 활용 딥러닝의 기초,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사용법, 산업 특화 로봇 개발 응용법 등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엔비디아 코리아가 이 DLI 교육을 직접 진행하면서 서울대로부터 따로 비용을 받지 않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로써 서울대는 엔비디아의 최신 에지 AI 컴퓨터 모듈인 ‘젯슨 오린 나노 슈퍼 개발자 키트’를 교구재로 받은 데 이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초 활용법과 로봇 개발 교육까지 무상으로 받게 된다.

2022년 11월 25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창의공학설계 수업 일환으로 열린 로보콘 대회. 사진 제공=서울대학교
2022년 11월 25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창의공학설계 수업 일환으로 열린 로보콘 대회. 사진 제공=서울대학교

엔비디아와 서울대의 교육 사업에서 주목할 점은 엔비디아가 대학교 1학년 수업을 전폭 지원한다는 것이다. 창의공학설계 수업은 1992년 시작된 서울대 공대의 대표 수업 중 하나다. 새내기 공대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직접 로봇을 제작하는 게 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습형 수업에서 엔비디아 제품 및 소프트웨어 사용 역량을 서울대 공대생들에게 전수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취지다.

서울대 로봇 인재 양성 사업 이면엔 일찌감치 엔비디아 제품 경험을 심어 자연스레 충성 고객을 만들려는 복안도 엿보인다. 엔비디아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개발자 생태계 조성에 공들이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용 경험에서 록인(lock in) 효과를 만들어야 시장 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 사업의 오랜 철학이다.

AI 열풍 속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요인도 GPU와 GPU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가 유기적으로 연계됐고 수많은 개발자가 엔비디아 생태계로 유입된 덕이라고 평가받는다. 당초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됐던 GPU는 다른 용도로 쓰기엔 프로그래밍 난도가 어려웠다는 맹점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다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쿠다는 GPU를 데이터 학습 및 연산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AI 연구자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로 몰려들었다.

엔비디아도 공개 석상에서 개발자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서울대 학생들과 만나 “피지컬 AI 구현에 컴퓨터만으론 부족하다”며 “개발자들이 모여 생태계를 이루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엔비디아의 기본적인 사업 철학을 고려하면 서울대 지원은 피지컬 AI 잠재력이 큰 한국에서 로봇 인재들을 엔비디아 생태계로 미리 포섭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를 지냈던 유응준 준에이아이컨설팅 대표는 “엔비디아가 최근 피지컬 AI 분야에서 중점을 두는 사업 부문은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이동로봇(AMR) △로봇 팔 △자율주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기계공학도라는 특정 집단에 전문 교육을 진행한다면 자율주행을 제외한 세 분야의 미래 인재를 키워내며 동시에 향후 고객으로 삼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부문 수석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해동첨단공학관 AI 로봇 클러스터에 방문해 서울대 구성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원 기자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부문 수석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해동첨단공학관 AI 로봇 클러스터에 방문해 서울대 구성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원 기자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공대 인재 록인에 눈독을 들이는 곳이 늘고 있다. 엔비디아의 속내가 미래 고객 확보 차원이었다면 국내 대기업은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를 길러내겠다는 목적이 뚜렷하다. 대기업들은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신설하며 인재를 얻고 있다.

계약학과 개설이 빨랐던 곳은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는 2006년 성균관대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들어 해마다 70명 수준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는 성균관대를 포함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및 포항공과대(포스텍) 등 7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반도체 인재 수급 창구를 넓혔다. SK하이닉스(000660)는 2021년부터 고려대에 취업 연계 반도체공학과를 만들고 신입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반도체 외 산업군도 계약학과로 인재를 모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SDI(006400)와 성균관대는 올해 배터리학과를 새로 설립했다. LG전자(066570)와 부산대는 내년 스마트가전공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수험생 사이에서 대기업 계약학과를 향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는 중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계약학과 지원자 수는 2478명이다. 전년도(1787명)와 비교해 38.7%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의약학계열 지원자가 24.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대학 간 연계 아래 맞춤형 공학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학생을 훈련하면서 회사 인재상에 부합한 인적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인재를 얼마나 잘 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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