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격 5년 갈 수도”…ADB, 올해 韓 성장률 0.9%P 하향 경고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기자간담
고유가 장기화에 성장·물가 동시 압박
반도체 핵심 투입재도 중동 공급망 노출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
입력2026-05-05 12:00
수정2026-05-05 14:37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와 공급망 충격으로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최대 0.9%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피해 복구에 최장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앨버트 박 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59차 ADB 연례총회에서 “중동 분쟁의 충격은 당초 예상보다 더 지속적이고 장기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ADB에 따르면 라스라판 LNG 설비 피해 등으로 전 세계 LNG 액화 능력의 약 16.9%가 영향권에 들었고 일부 설비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석유 정제와 원유 생산 능력도 각각 2.4%, 2.6%가량 타격을 입었다.
ADB는 앞서 4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9%로 제시했으나 이는 분쟁 조기 안정을 전제로 한 수치였다. 공급 차질 장기화를 반영한 새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성장률에 올해 약 0.9%포인트의 하방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하방 영향은 0.5% 포인트 내외로 전망된다. 이는 중동발 충격만을 따로 산출한 영향 추정치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경기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성장률이 4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ADB는 오는 7월 수정 전망에서 반도체 수출과 정책 대응 중동 충격을 종합 반영할 예정이다.
올해 유가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새 기준 시나리오에서 국제유가는 2026년 평균 배럴당 96달러, 2027년 80달러로 제시됐다. 분쟁 격화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평균 150달러, 2027년 140달러 일시적으로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월 전망치 3.6%에서 새 기준 시나리오상 5.2%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역내 평균보다 물가 충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공급망 타격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2월 27일부터 4월 24일까지 요소 가격은 85.2%, 황 56.1%, 암모니아 45.8%, 폴리프로필렌 26.4% 각각 올랐다. 비료·플라스틱 원료 가격 상승은 식료품과 제조업 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는 핵심 투입재 최대 8개가 중동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인공지능(AI) 수요를 등에 업고 수출 호조를 이어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으로선 분쟁 장기화가 사이클 자체를 꺾지는 않더라도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로 호황의 폭을 갉아먹을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AI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현실화한다면 사이클도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동 전쟁이 끝나면 결국 물가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유류 보조금보다 취약계층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한국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향이 ADB 원칙에 맞는다고 봤다.
한편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국제화를 위해 통화와 국채 국제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유동성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국경 간 거래에서 한국 국채가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글로벌 투자자는 통화와 국채를 짝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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