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런티어의 ‘펜타곤 딜레마’...최고 매출에도 시장은 싸늘
1분기 매출 85% 폭증한 2.4조원
정부계약 편중·민간실적 기대 이하
SW 무용론에 PER 99배도 부담
입력2026-05-05 17:51
지면 12면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가 미 국방부(전쟁부)를 비롯한 정부 계약 확대와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상장 이후 가장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회사는 연간 실적 전망까지 높이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AI 확산에 따른 소프트웨어 침체와 고평가 논란 등이 맞물리며 경계론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간) 팰런티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6억 33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15억 4000만 달러·약 2조 2700억 원)를 웃도는 수치로 2020년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순이익은 8억 7100만 달러(약 1조 2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었고 주당순이익(EPS)도 0.33달러를 기록해 시장의 예상(0.28달러)을 넘어섰다.
팰런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관리·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부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지원해왔다. 특히 전장 데이터를 분석해 작전 수행을 돕는 ‘메이븐 AI 시스템’을 미 국방부가 채택하면서 방산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 호실적 역시 미국 정부에서 거둔 수주 덕분으로 풀이된다. 미국 매출은 12억 8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정부 매출이 6억 8700만 달러를 차지해 핵심 축 역할을 했다. 회사는 고무적인 성과를 반영해 연간 매출 전망치도 기존 최대 72억 달러에서 최대 76억 6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팰런티어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1.36% 상승 마감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는 2%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우선 시장에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 정부 계약에 쏠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도 미국 민간 부문의 매출이 지난해의 2배 이상 늘었지만 오히려 예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팰런티어의 정부 부문은 이란과의 군사 긴장 속에서 국방 지출 확대의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도 “향후 성장의 관건은 신규 기업 고객 확보와 해외시장 확대”라고 짚었다.
최근 월가에서 제기된 이른바 ‘소프트웨어 무용론’도 악재다.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HSBC도 팰런티어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높은 밸류에이션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팰런티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9배로 경쟁 중인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높다. 이는 정부 계약분이 반영된 결과로 만약 계약이 지연되거나 틀어지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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