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5년…“무의미한 CPR 줄고 생존 가능성 높였다”
오탁규·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병원 내 CPR 시행 성인 환자 38만여명 분석
연명의료결정법 전후 임종기 진료 변화 확인
입력2026-05-06 10:48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병원 내 심폐소생술(CPR)이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더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오탁규·송인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3∼2023년 병원 내 CPR을 받은 전국 성인 환자 38만 488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보장하고 임종기 치료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2월부터 시행됐다. CPR은 물론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 24시간 이상 투석을 지속하는 지속적 신대체요법 등이 연명의료에 포함된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까지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낮더라도 CPR 등 연명의료를 시행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의학적 효과가 낮은 연명의료라도 중단했을 때 의료진이 법적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은 환자 존엄성을 훼손하고 가족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의료시스템 과부하 등의 문제로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임종기 진료에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 전후인 2013∼2017년과 2019∼2023년의 전국 병원 내 CPR 발생 양상 등을 비교·분석했다. 시행 첫해인 2018년은 제도 정착 과정에서의 혼선을 감안해 연구 표본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법 시행 후 병원 내 CPR을 받은 환자의 상대적 사망 위험도는 0.90으로, 시행 전과 비교해 위험도가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환자를 살렸다기 보다는 CPR 대상이 선별되면서 상대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큰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중환자 진료 현장의 과부하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 시행 전에는 병원 내 심정지 및 CPR 건수가 연간 인구 10만 명당 6.5건 씩 빠르게 증가했으나, 시행 후에는 증가 폭이 10만 명당 1.1건 수준으로 크게 완만해졌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아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CPR이 줄고, 한정된 중환자 치료 자원을 보다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의료 현장이 움직였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장기간에 걸쳐 전국 단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
오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중환자 진료의 효율을 높이고 의료자원 배분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는 연명의료 결정의 양적 확대를 넘어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함께하는 공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중환자의학회 공식 학술지 ‘중환자의학’(Critical Care Medicin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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