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견] 칼국수
안병익 식신 대표
입력2026-05-06 18:10
지면 30면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한 소울푸드, 칼국수. 뜨끈한 국물과 타래 같은 면발을 잘 풀어 후루룩 맛보면 꾸밈없이 단순한 맛이 더 깊게 다가오는 음식이다. 칼국수는 넓게 펼친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서걱서걱 잘라내 멸치나 닭·쇠고기·해물 등으로 만든 육수에 말아낸다. 여기에 매콤하고 시원한 맛의 겉절이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완벽한 음식이 완성된다.
칼국수의 유래는 조선 시대 요리책 ‘규곤시의방’에 수록된 칼로 썰어내 면을 만드는 ‘절면’이다. 칼국수 만드는 방식도 참 수수하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펴고, 칼로 일정하게 썰어 넣는다. 국물은 멸치나 다시마·바지락·들깨·황태·복어 등 지역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안에는 하나같이 ‘정성’이라는 재료가 들어간다.
칼국수는 지역 요소가 녹아들며 무한 변신을 이뤄냈다. 서울 경기지방의 닭 육수 칼국수, 서울과 안동의 사골 칼국수, 맑은 국물의 손칼국수, 충청도의 물총 칼국수와 얼큰이 칼국수, 서해안 지방의 바지락 및 해산물 칼국수, 강원도 옹심이 칼국수와 장 칼국수, 콩가루를 더해 노란 빛깔이 도는 경북 지방의 누른 국수, 제주도의 고기국수 그 외에 팥·들깨·버섯·보말·육개장 칼국수 등 각양각색의 맛으로 탄생하며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다.
칼국수는 대중음식의 상징으로 그 지역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즐기는 음식을 포함하려 하는 미슐랭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올해 미슐랭 빕구르망에는 명동교자·황생가칼국수·임병주산동칼국수가 등재됐다.
수많은 음식이 유행처럼 스쳐 지나가도 칼국수는 여전히 골목 어귀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수한 면과 따뜻한 육수, 겉절이 한 접시. 그것이면 충분하다. 모든 어려움이 칼국수 면처럼 술술 풀리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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