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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찰서 자진 출석한 피의자 체포는 위법”

입력2026-05-07 08:34

지면 25면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해 약속 시간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한 경찰의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체포 과정의 위법성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그대로 확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 176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0년 8월∼2021년 1월 경기 의정부 한 오피스텔을 빌려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뒤 광고를 게재하고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체포영장은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의 신청으로 2022년 1월 22일 의정부지검 검사가 청구했고, 사흘 뒤인 1월 25일 의정부지법에서 발부됐다. 경찰은 2월 4일 A 씨가 임차한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후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A씨는 “지방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다가 2월 19일 경찰청에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약속한 일시에 맞춰 경기북부청 앞에 도착했으나 그때 미리 잠복하고 있던 경찰들은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1심은 경찰 체포영장 집행이 적법하다고 보고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 씨는 1심에서 범행을 인정했지만 2심에서 “성매매 여성을 구하지 못해 실제 알선을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경찰 출석요구에 따라 자진 출석했는데도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받지 못한 채 불법 체포됐고, 수사 과정에서도 협박·회유에 못 이겨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집된 증거 역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했다.

2심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A 씨는 성매매 알선 처벌 전력이 있고,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수사 진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다고 보이므로 경찰의 체포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보고서와 수사관 증언 등을 토대로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위법 체포로 확보한 진술 외에 나머지 증거로도 유죄가 인정된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위법한 체포’라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 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약속한 시간에 경찰청에 도착한 만큼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언동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체포 후 작성한 보고서에도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했던 이유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한 설명이나 기재가 없단 점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A 씨는 체포 과정·직후 범죄사실 요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진술거부권 등을 모두 고지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경찰이 피고인에 대한 체포의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본 판단은 어느 모로 보나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위법 체포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진술서는 모두 유죄 증거로 쓸 수 없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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