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특화 AI칩 ‘리벨100’ 앞세워…엔비디아 독주 끝낼 것”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국내 유일한 서버형 AI 반도체
전력 효율 등서도 H200 앞질러
글로벌 AIDC 시장 공략 본격화
美·유럽·중동서 레퍼런스 쌓아
하반기 IPO 예심 청구도 검토
입력2026-05-07 17:33
수정2026-05-07 23:51
지면 14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약 8000억 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하고 글로벌 AI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국내 민간 투자자들도 대규모 자금을 보탠 덕분이다. 리벨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차세대 AI 반도체 제품 양산과 함께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명실상부한 ‘K-엔비디아’의 대표 주자로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AI반도체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이달 27~28일 열리는 서울포럼 2026에서 특별강연자로 연단에 오른다.
박성현 대표는 7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차세대 AI 반도체인 ‘리벨100’을 개발함으로써 이제 드디어 엔비디아의 ‘H200’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면서 “리벨100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서버형 AI 반도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국내 경쟁사의 제품은 데이터센터가 아닌 PC용 AI 반도체라는 점에서 리벨100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리벨리온이 리벨100을 통해 목표로 하는 것은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엔비디아 독주 체제를 끝내는 것이다. 아직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범용성과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추론 영역에서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AI 데이터센터는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인데 100% 엔비디아 제품에 의존하게 되면 향후 국제 정세 등의 영향으로 제품 수급이 막힐 때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현재 리벨100의 고객사 샘플 테스트를 마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한 양산도 시작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양산 수량과 공급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해외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는 “리벨100의 경우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됐고, 고객사와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리벨100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리벨100’의 강점으로 탁월한 추론 역량을 꼽았다. 엔비디아 H200과 비교해 추론 관련 벤치마크 점수에서 리벨100이 앞서고, 전력 효율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H200은 추론은 물론 학습, 3D 렌더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활한 성능을 보여주는 범용성이 강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리벨100은 추론 역량만큼은 H200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충분한 효용과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AI 서비스들에서 추론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리벨리온에는 기회 요인 중 하나다. 박 대표는 “국내외 1세대 AI 반도체 회사들은 학습과 추론을 모두 열어 놓고 시작한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창업 첫날부터 추론만 하기로 했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이 결과적으로 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추론에 특화된 제품들이 범용재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수의 스마트폰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달성한 뒤 차별성이 줄어든 것처럼, 추론형 AI 반도체 시장도 성능 격차가 점차 좁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기술력에 대한 특정 기준을 넘기고, 제품들 간 큰 격차가 없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성능이나 브랜드보다는 가격과 전력 효율 등을 따지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리벨리온의 제품이 추론 역량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 범용화가 진행됐을 때 큰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이번 리벨100을 바탕으로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은 물론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리벨리온이 주목하는 해외 지역은 중동과 유럽, 미국 등이다. 중동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기업 아람코, AI 기업 휴메인 등과 긴밀한 협력이 예상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의 AI 유니콘인 미스트랄AI 등과 AI 반도체 공급을 논의 중이다. 리벨리온과 미스트랄AI는 프랑스 벤처캐피털(VC)인 코렐리아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표는 “중동 전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달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특히 중동 지역에서 리벨리온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현지 고객사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AI 서비스 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중심으로 리벨100 도입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레퍼런스를 빠르게 쌓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미래 AI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로보틱스 산업에도 주목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향후 확대될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화 반도체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또 피지컬 AI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AI 반도체 개발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로봇 기술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로봇의 경우 향후 로봇마다 NPU가 온디바이스 형태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올해 기업공개(IPO) 작업도 본격화한다. 내부적으로는 올 하반기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상장 시장은 국내 증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해외 상장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박 대표는 “창업하고 5년이 지났고, 이제 세계 무대에 설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성장펀드의 1호 투자 기업으로서 리벨리온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의 AI 3강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세계 시장에서 칼을 휘두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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