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통합 재건축, 신탁이 화 불렀다
■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난항
속도 높이려 조합방식 대신 선택
되레 주민·단지간 갈등만 키워
선도지구 양지마저 신탁사 교체
8월 ‘단지별 동의’ 시행도 뇌관
입력2026-05-07 17:34
수정2026-05-07 23:35
지면 1면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주민·단지 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분당 양지마을조차 신탁사를 교체하는 등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2030년까지 1기 신도시에서 6만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신탁 방식이 되레 주민·단지 간 이해관계에 얽혀 재건축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업 설계부터 탁상행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9일 소유주를 대상으로 예비 신탁업자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 앞서 주민대표단은 기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과 갈등을 빚다 업무협약을 해지했다.
양지마을과 한국토지신탁의 불편한 동거는 끝났지만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양지마을 재건축은 사업 정산과 가구 배정 등을 두고 주민대표단과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로 분열돼 있다. 정산 방식과 제자리 재건축이 갈등의 핵심이다. 통합 재건축은 정산 방식에 따라 단지·주택형별 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양지마을은 통합 정산 틀 안에서 연합 정산 방식으로 조율하기로 결론을 내고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 협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올 8월부터는 사업시행자 지정 시 ‘단지별로 과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사업 진행 전 갈등 요인을 조율하라는 취지지만 한 단지라도 주민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사업이 엎어질 수 있다. 한 신탁 업계 관계자는 “신탁사 특성상 절대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구조”라며 “어떤 신탁사도 법정 소송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갈등을 조율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탁 방식으로 추진되는 통합 재건축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유사한 갈등이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다른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도 똑같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신탁사가 머리를 맞대 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은 단지 간 갈등으로 표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이라도 갈등과 이견을 조율할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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