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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레드·그린·화이트 고도화 한창인데…韓은 예산 추격 잰걸음

<1부> 10대 패권기술 키워라

⑩·끝 합성생물학-AI로 여는 DNA 설계시대

예타조사 거치며 예산 1263억으로 줄어

바이오파운드리 센터 3년 뒤에 구축돼도

다양한 분야 독자 기술 확보하기엔 한계

연구 가속화 핵심 ‘워크플로’ 종류도 감축

성장 잠재력 큰 레드바이오 후순위로 밀려

입력2026-05-07 17:38

수정2026-05-08 16:29

지면 4면
23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 베타(BETA)’ 시설에 자동화 장비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 제공=생명연
23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 베타(BETA)’ 시설에 자동화 장비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 제공=생명연

“과거에는 바이오 기업에서 단백질 한 종을 개발하기까지 최소 1~2년이 걸렸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작업해야 해서 2주에 후보군 수십여 개를 테스트하는 게 최대치였습니다. 하지만 자동화 장비는 한 번에 2000여 개를 처리합니다. 국내에 공공 바이오파운드리가 생기면 해외 시설에 후보군 1000개당 1억 원 이상 주고 맡기던 부담이 해결되는 겁니다.”

지난달 23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소속 이대희 박사는 실험 장비가 즐비한 30평 규모 ‘바이오파운드리 베타(BETA)’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활용해 합성생물학의 전 과정을 자동화·고속화하는 핵심 인프라다. 파운드리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듯이 유전자 설계·구축·테스트·학습(DBTL)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 상업화가 가능한 바이오 솔루션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연구 결과는 표준화된 데이터로 축적돼 AI의 유전자 설계 성공률을 점차 높인다.

다만 현재 생명연이 운영 중인 베타 시설은 바이오파운드리 관련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사전 연구 공간에 가깝다. ‘완성판’인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은 지난해 1월 시작했다. 핵심은 2029년까지 바이오파운드리 전용 센터(4층·연면적 2680평)와 실험 데이터를 축적할 정보기술(IT) 플랫폼을 모두 완성하는 것이다. 이승구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완공 전까지 3년간의 사업 공백을 채우고 베타 시설에서 지원 가능한 기업의 사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50여 평 규모의 임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센터가 완공되더라도 여전히 한국이 미국·일본·중국 같은 바이오 강국을 따라잡기에는 규모상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앞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여러 차례 거치며 사업 기간과 예산 규모가 대폭 줄어든 여파다. 2021년 첫 예타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당초 사업 기간은 8년, 총사업비는 7434억 원을 목표로 했지만 최종 사업 기간은 5년으로, 예산은 6분의 1 수준인 1263억 원 규모로 축소됐다.

그 결과 의료·식품·에너지 등 합성생물학과 접목 가능한 다양한 산업 분야별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기에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합성생물학은 △레드 바이오(질병 예방·치료) △그린 바이오(농작물) △화이트 바이오(환경·에너지) 등 활용 분야에 따라 공정이 다르고 연구 장비를 공유하기도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이 박사는 “동물 세포와 그 외 미생물은 컨탐(오염) 방지를 위해 장비를 분리해야 한다”며 장비 구매 예산이 줄어든 결과 특히 레드 바이오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축 사업과 관련해) ‘레드 분야가 약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 미래에 창출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굉장히 큰데 당장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 가속화의 핵심인 ‘워크플로’ 가짓수도 크게 줄었다. 워크플로는 각 실험 장비가 사람의 개입 없이도 로봇 기술을 통해 연결돼 DBTL 사이클을 막힘없이 돌리도록 짜여진 표준 작업 노선이다. 사업단은 국내 산학연 연구자들에게 워크플로를 개방해 고속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은 37종의 워크플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당초 구상은 10여 종 이상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박사는 “당초 기업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 기반해 유닛오퍼레이션 80여종, 워크플로는 48종을 디자인했지만 실제 예산 한도에서는 불가능했다”며 “유전자 조립과 같이 레드·그린·화이트 바이오 분야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범용적 기능을 최우선순위로 놓고 37개로 좁혔다. 각 워크플로 간 조합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국가 바이오파운드리는 기업들의 공통된 초기 공정인 업스트림(유전체 설계·DNA 합성 등)을 지원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다운스트림(완제품 제조)이나 스케일업(양산) 서비스까지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업별 특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미 국가 바이오파운드리가 제공할 수 있는 워크플로 기능과 범위가 기본적 수준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제공되는 워크플로의 수마저 크게 줄면 기업의 상품·솔루션 개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한 뒤에도 R&D 분야 전반에서 고르게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는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역시 ‘합성생물학의 데이터 기반 글로벌 연구 동향과 국가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등 바이오 기술 선도국이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산업적 개발·응용연구가 화이트 바이오 영역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며 “합성생물학의 무한한 잠재력을 고려해 그린·레드 바이오 영역으로 R&D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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