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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정왕국 에스알 대표

입력2026-05-07 18:01

지면 30면
정왕국 에스알 대표
정왕국 에스알 대표

186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 횟수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하루 3500회 이상 운행하는 열차들이 매일 지구 11바퀴가 넘는 45만 ㎞를 달리는 상황에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물론 단 한 건의 사고와 장애도 없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용객뿐만 아니라 시설, 전기, 차량 유지까지 포함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고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은 구호에 가깝다. 다행히 해마다 철도 사고와 장애는 감소하는 추세이고 도로 교통과 비교하면 철도 사고율은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철도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철도 운영 기관이 불가능에 가까운 ‘사고 제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철도가 국민의 생활을 잇는 혈맥이기 때문이다. 혈맥이 막히면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이 제한을 받고 평범한 일상은 흔들린다. 또 40년 가까이 철도인으로 살아오며 현장에서 절실하게 체득한 것은 운영 기관은 안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고 새로운 과업에 대한 추진 동력이 꺼진다는 점이다.

2018년 강릉선에서 KTX가 탈선하면서 부상 1명의 인명 피해와 227억 원의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틀 동안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해당 구간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시공사의 잘못으로 원인이 밝혀졌지만 운영사인 철도공사는 당시 많은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식물기관처럼 지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안전과 관련해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에는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안전의 중심은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이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관심을 둔다. 일면 처벌을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시다. 정작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적정한 인력·조직·예산을 안전에 투입하고 준비함으로써 귀중한 인명을 구하고 사고를 예방하자는 데 있다.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체계와 조직·예산을 갖추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 많다. 실제로 안전관리체계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하면서 사고 건수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이제 철도 안전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첨단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고속열차 SRT는 수천 개의 센서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실시간 데이터로 보고한다. 열차 스스로 “오른쪽 바퀴의 온도가 미세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상태기반유지보수(CBM)’라 한다. 사고가 터진 뒤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데이터가 미리 경고를 보내는 ‘예지 정비’로 안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달해도 예방 중심의 안전은 결국 ‘사람’과 ‘문화’에 있다. 필자가 가장 경계하는 안전의 적은 ‘권위주의’다. 조직에 권위는 필요하지만 소통을 마비시키는 권위주의는 안전을 위협한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이상 징후나 실수가 직급과 계급이라는 장막 뒤에 가려진다. 하급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위험 요인을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가장 마지막 안전장치다. 권위주의와 처벌 위주의 대응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 오늘도 수백만 명을 싣고 열차가 안전하게 달리기 위한 철도 현장의 노력이다.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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