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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아시아판 반도체 동맹’, 실행에 옮길 만한 구상이다

입력2026-05-08 00:01

지면 31면
한미일이 반도체와 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연합군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한미일이 반도체와 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연합군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중국이 인공지능(AI) 자립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일본이 반도체·에너지 등 첨단산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기술 연합군’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7일 개최한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한미일 3국이 AI 메모리 통합 칩을 공동 개발하고 에너지 안보 공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아시아판 아이멕(IMEC)’ 모델을 제안했다. 아이멕은 1984년 유럽의 주요 대학과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설립한 유럽 최대의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한미일 반도체 동맹’ 구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큰 틀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천문학적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반도체 역량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3국 간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K반도체 아성이 중국의 맹추격에 흔들린다면 수출·고용·성장률 등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우리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이 힘든 처지에 내몰린 지 오래다. 더욱이 자동차 변방이던 중국은 전기차에 승부수를 걸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 국가로 우뚝 섰다. 반도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원자재·광물 통제도 한미일 3국의 ‘칩 동맹’에 가일층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에 한국은 요소수 대란을 겪었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 때마다 한국은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 2010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것처럼 한중 간 통상·외교 마찰이 불거지면 특정 광물의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한미일 3국의 반도체 정책과 에너지 전략이 서로 달라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을 넘어 3국이 국가 간 협력을 통해 AI와 광물·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공조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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