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에 포용금융 강제”, 부작용 생기면 안 돼
입력2026-05-08 00:01
지면 31면
이재명 대통령이 6일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며 금융기관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제도적으로 강제할 방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으로 정의한 데 공감을 나타냈다. 금융위원회를 향해 “포용금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 평가해서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신용등급에 따른 은행들의 금리 차등화를 가리켜 ‘금융계급제’라고 비판한 이 대통령이 포용금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포용금융 정책 논의는 이미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조만간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서민금융진흥원 등은 다음 달 중 금융기본권연구단을 출범시키고 하위 30% 저신용자에게 1000만 원을 저리로 빌려줘 금융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기본대출’ 논의를 본격화할 듯하다.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가 제도 금융권에서 배제돼 초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은 당연히 끊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이 허용되도록 해 재기의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준공공기관’의 잣대를 내밀어 금융권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은 불필요한 ‘관치’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 시장 원리보다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이념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정책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번 실패하면 금융에서 소외돼 자활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직된 금융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취약 차주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시장을 왜곡하고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정교한 설계로 이 대통령이 물꼬를 튼 포용금융 논의가 양극화 해소와 금융 발전의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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