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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 M&A로 신사업 키우고 지배력 강화 ‘묘수’

반도체 등 신규 M&A에 3900억 투입

홀딩스, 윌테크 인수자금 617억 원 지원

테크닉스 지분율 20→38% 확대 전망

핵심 계열사 지분 확대로 지배구조 확립

후계자 조성민 부사장, 그룹 영향력 확대

입력2026-05-07 18:16

수정2026-05-08 16:41

지면 12면
한솔테크닉스가 2022년 인수한 한솔아이원스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한솔아이원스
한솔테크닉스가 2022년 인수한 한솔아이원스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한솔아이원스

대표적인 보수경영 기업인 한솔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동력은 본업인 ‘제지’가 아닌 ‘반도체’다. 반도체 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추진하는 인수합병(M&A)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넘어 지배 구조 강화효과도 내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004150)가 M&A 의사결정과 자금 조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핵심 자회사인 한솔테크닉스(004710)에 대한 영향력까지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솔그룹이 한솔테크닉스를 앞세워 최근 4년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약 3900억 원에 달한다. 2022년 한솔아이원스(114810) 인수에 1296억 원을 쓴 데 이어 지난해 에스아이머트리얼즈와 한솔오리온텍 지분을 취득했고, 올해는 윌테크놀러지 지분 83.37%를 1772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솔테크닉스를 한솔제지(213500)에 이은 추가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윌테크놀러지 M&A 과정에서 한솔홀딩스의 움직임이다. 한솔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한솔테크닉스의 M&A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최대주주인 조동길 회장도 한솔홀딩스와 한솔테크닉스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양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한솔홀딩스는 윌테크놀러지 인수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뿐 아니라 인수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의 9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최대 617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450억 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67억 원을 넣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한솔홀딩스의 한솔테크닉스 지분율은 기존 20%에서 38% 수준으로 높아진다.

한솔홀딩스가 증자 참여 재원 일부를 한솔테크닉스를 통해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한솔홀딩스는 보유 중이던 윌테크놀러지 지분을 한솔테크닉스에 매각해 약 222억 원을 회수한다. 앞서 한솔홀딩스는 2024년 윌테크놀러지 전환사채 75억 원어치와 교환사채 16억 8000만 원어치를 인수했고, 이번 M&A 결정에 앞서 이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약 130억 원의 투자 차익도 거두게 됐다.

이는 한솔홀딩스가 2024년부터 윌테크놀러지를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한 잠재 인수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투자는 조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후계자로 손꼽히는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이 역햘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솔홀딩스는 비상장 반도체 투자자산을 한솔테크닉스에 넘겨 현금화하고, 해당 자금으로 한솔테크닉스 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한솔테크닉스의 주주배정 증자 단가 산정도 주목된다. 한솔홀딩스가 단독 참여하는 제3자배정 증자 단가는 4885원으로 확정됐지만, 주주배정 증자 단가는 7월 최종 결정된다. 6일 종가 7900원을 기준으로 20% 할인율을 적용해도 6300원대여서, 현 주가 수준이 유지되면 주주배정 증자가는 제3자배정 단가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일반 주주들이 한솔홀딩스보다 높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거래는 한솔그룹의 후계 구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성민 부사장이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는 한솔홀딩스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점에서다. 또 한솔테크닉스가 한솔제지에 이은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경우 3세 승계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고 후계자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조 부사장 입장에서는 반도체 M&A를 통한 신사업 성과를 입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인수 자회사 간의 사업적 결합 효과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다. 2022년 인수한 한솔아이원스의 경우 편입 이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매출과 수익성 등의 측면에서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솔홀딩스는 반도체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위해 지속적인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인수 이후 실적 개선이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재무 여력과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업황에 대한 판단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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