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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집값 다 다른데 무리한 통합…“처음부터 예견된 부작용”[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난항]

■갈등만 키우는 신탁 방식

“분당 양지마을은 예고편에 불과

법적 공방·사업 중단 잇따를 것”

용적률 인센티브 등 당근책 주되

정부·지자체가 적극 중재 나서야

입력2026-05-07 18:37

수정2026-05-07 23:45

지면 3면
분당중앙공원 남측에서 바라본 분당신도시 전경. 멀리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인 양지마을과 시범단지가 보인다.  분당=성형주 기자
분당중앙공원 남측에서 바라본 분당신도시 전경. 멀리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인 양지마을과 시범단지가 보인다. 분당=성형주 기자

정비 업계 전문가들은 분당 양지마을 사례가 앞으로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벌어질 복마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단지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사업시행자인 신탁사는 조합처럼 소유자 간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실행력과 추진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신탁사에 사업 진행을 맡길 것이 아니라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조정할 정부 차원의 중재위원회 도입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1기 신도시는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혜택 등을 받기 위해 통합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합 재건축은 사업성을 높여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고 여러 단지를 묶은 만큼 녹지·공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면적과 가격·입지 등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단지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억지 춘향 격으로 묶였다는 데 있다. 양지마을은 수면 아래에 있던 주민 간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른 사례다. 양지마을 소유주는 3·5단지 금호·한양아파트를 주축으로 한 주민대표단과 2단지 청구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로 분열됐다. 대형 면적에 비역세권인 3·5단지의 금호·한양아파트 소유주들은 독립 정산과 통합 분양을 원하는 반면 다른 단지들은 제자리재건축을 선호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1기 신도시 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들도 양지마을처럼 소유 지분이나 위치 등에 따라 정산 방식과 자리 배정에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도지구 지정까지는 갈등이 표면화하지 않지만 지정 이후 사업이 조금씩 진행되며 불만이 터져나오게 된다. 또 이러한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법적 분쟁, 더 나아가 사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간 성공적으로 진행된 통합 재건축은 사전에 정산 방식 등을 자유롭게 협의할 수 있었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주민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전혀 다른 배경의 대학생이 강제로 조별 과제를 진행하며 다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유했다.

신탁사 구조상 갈등 조율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비 분쟁을 줄이고 사업 관리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대부분 신탁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사 기간을 2~3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깔렸다. 조합 방식 역시 내부 분쟁이 발생하고 자금 관리 문제가 불거지지만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갈등 해소에 나서는 반면 신탁 방식은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신탁사의 한 직원은 “기본적으로 신탁사는 금융회사고 금융 관련된 보증을 하는 곳”이라며 “법적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고, 따라서 분쟁을 조율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사업 초반에 정산 문제 등 핵심 쟁점을 정리하지 못하면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일이 번질 수 있다”면서 “시작 단계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결할 수 있는 시행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신탁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절차”라고 전했다. 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선택했던 신탁사 중심의 재건축이 되레 속도를 늦추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지 않는다면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책임을 가진 강력한 주체가 필요하다”면서 “국토교통부가 전권을 쥐고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주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되 정부의 갈등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중재위원회와 비슷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인허가권자의 중재가 있어야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서 “지자체가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탁회사의 기능을 과신해서 생긴 현상”이라며 “국토부와 지자체·LH·신탁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재건축 과정에서 지자체의 개입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신탁사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분쟁 조정이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진행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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