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성공은 한끗 차이...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조정욱 앰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 대표
국내 최초 민영호텔, 낡은 이미지 탈바꿈 성공
호텔의 핵심은 디테일…식음료 입소문 전략 주효
주고객층 50~60대에서 20~30대로 변화
AI시대 맞춰 스토리·콘셉트로 고객 설득 나서야
입력2026-05-09 07:30
수정2026-05-09 07:30
지면 22면
“호텔이 4성급이 되느냐, 5성급이 되느냐는 한 끗 차이에서 결정됩니다.”
조정욱 앰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 대표는 8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경영의 본질은 디테일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호텔 등급은 객실 수와 같은 물리적 차이뿐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것은 다 제공한다는 ‘서비스마인드’에서 결정된다”며 “호텔리어가 일하기 힘든 직장이 고객에게는 훌륭한 호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1989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02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 호텔사업부장, 호텔&레저부분장을 지낸 24년차 호텔리어이다. 2022년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식음료(F&B) 공간을 중심으로 한 트렌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앰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은 1955년 국내 최초의 민영 호텔 금수장을 모태로 한 5성급 호텔로, 2022년 전면 리모델링했다. 재개관에 맞춰 취임한 조 대표는 호텔의 핵심 인력인 총재배인과 총주방장 등 대대적 인력 개편에 나섰다. 그는 “국내 최초의 민영호텔이라는 상징성은 그대로 이어가되 최신식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게 중요했다”며 “이를 위해 호텔 핵심 인력들을 업계 최고의 인재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그의 인재 영입 전략은 적중했다. 중식의 대가 후덕죽 셰프가 이끄는 중식당 ‘호빈’은 미슐랭 1스타에 선정됐고, 신라호텔 주방장 출신인 ‘뷔페의 신’ 신종철 셰프를 총주방장으로 영입한 뷔페 ‘더킹스’는 연예인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다. 조 대표는 “호텔이 유명해지려면 객실이 아니라 식음료(F&B) 업장이 맛집으로 소문나야 한다는 생각에 맞춰 개편한 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고객의 연령층이다. 과거에는 50~60대가 전체 고객의 70%가량을 차지했지만, 방문객의 연령대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호텔 식음료업장에는 20~30대 외국인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BTS(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을 앞두고는 2개월 전 모든 객실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가격과 브랜드, 서비스,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이 경쟁사 대비 약점인 주요 관광지와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만큼의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집필한 책 ‘디테일리즘’에도 이 같은 호텔의 혁신 전략을 언급했다. 조 대표는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해 서비스를 도입하고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호텔식 디테일리즘”이라며 “시도가 쌓일수록 상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처음 기대했던 완벽함을 향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호텔리어의 숨은 노력과 에피소드 등도 담겼다. 그는 신라호텔 총지배인 시절인 2018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제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 준비과정부터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한한령으로 매출 급감, 메르스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위기까지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경험했다. 그는 “예전에 인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호텔 로비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급하게 우산을 받쳐 상황을 모면한 적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경영의 실패, 운영의 실패, 서비스의 실패들을 무수히 많이 경험했다. 그런 실패 사례들을 후배들과 공유하면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등장으로 인한 호텔업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능동적 대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으로 호텔의 모든 영역을 다양한 스토리와 콘텐츠로 브랜드화하고 이를 고객과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대표는 “고객이 좋아하고 찾는 호텔로 남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요구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호텔의 모든 요소를 자기만의 스토리, 콘셉트와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서빙로봇 등 피지컬 AI의 도입에 대해선 “사람을 맞이하는 환대 서비스는 변함없는 핵심 가치로 남을 것”이라며 “아마도 호텔 로봇한테 고객 응대 예절을 교육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