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굽기만 했는데 빵집 퀄리티...삼양사, 신사업 냉동생지 키운다
반죽·성형·발효 마친 제품...베이커리 수요 흡수
올 2월 인천2공장 증설...연 5000톤 생산 체제 구축
자동화 설비·8년 노하우 결합...“국내 시장 선도”
시장점유율 5%→15% 목표…日·美 수출도 추진
입력2026-05-10 09:00
수정2026-05-11 14:59
지면 17면
“국내 소비자들은 프랑스 등 유럽산 베이커리에 대한 선호가 강한데, 삼양사의 냉동생지(반죽·성형 등 빵 제조의 핵심 공정을 마친 냉동 상태) 품질은 유럽산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자부합니다.”
7일 찾은 인천 중구의 삼양사 인천2공장. 최근 준공된 냉동생지 생산라인에 가까워질수록 고소한 버터 향이 짙게 퍼졌다. 공장 내부에서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거대한 롤러가 반죽을 반복해서 접고 누르는 ‘라미네이션’ 공정이 한창이었다. 이날 생산된 제품은 페이스트리 생지로, 롤러를 통과할 때마다 반죽 단면에는 얇은 결이 층층이 살아났다. 세 차례 라미네이션을 거친 뒤에는 두께 4.5㎜의 얇은 반죽 안에 총 24겹의 페이스트리 결이 촘촘하게 만들어졌다.
냉동생지 사업을 총괄하는 양철호 식자재유통BU장은 “냉동생지의 품질은 원료와 배합비, 공정별 온도와 습도 같은 세밀한 설정값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최신 자동화 설비와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냉동생지의 품질 기준을 삼양사가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양사가 냉동생지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밀가루와 설탕 등 기존의 기초소재 사업 경쟁력에 파일럿 공장을 통해 축적한 공정 경험을 더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 2월 인천2공장 물류센터 4층에 308억 원을 들여 약 1600평 규모의 냉동생지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5000톤으로 기존 파일럿 공장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새 공장은 사람의 손기술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빵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한 점이 핵심이다. 이번 증설로 발효 전 성형 단계까지 마친 RTP(Ready To Prove) 생지에 이어 발효까지 완료한 RTB(Ready To Bake) 생지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생산된 냉동생지 제품은 주로 베이커리 카페와 기업 등에 B2B(기업간거래) 형식으로 공급된다. 특히 해동 후 바로 굽기만 하면 되는 RTB 생지는 자가반죽 대비 조리 시간이 약 70% 줄어들어 매장 운영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양 BU장은 “자동화 설비 기반의 냉동생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전 세계에서 전무한 수준”이라며 “빵 반죽을 공장에서 만들면 손맛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자동화 공정을 통해 휴먼에러 없이 균일한 품질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양사가 이처럼 냉동생지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 현재 국내 냉동생지 시장 규모는 약 9900억 원 규모로, 2030년까지 1조 3000억 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카페·베이커리 업계에서 숙련 제빵사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크로와상·페이스트리 같은 프리미엄 베이커리 수요까지 늘면서 고품질 냉동생지를 찾는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양사는 일찌감치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2017년 글로벌 1위 냉동 베이커리 기업 아리스타와 제휴해 국내 독점 유통을 시작했다. 기존 파일럿 공장은 이미 3년 전부터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를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 이번 증설로 삼양사의 냉동생지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0%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말에는 자체 냉동생지 브랜드 ‘프레팡’도 론칭해 시트류·크로와상류·파이류 등 3개 카테고리의 총 28종 제품을 판매 중이다.
삼양사는 현재 5%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향후 2년 내 15%까지 끌어올려 시장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기존 B2B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소포장 제품과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며 B2C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수출 역시 추진한다. 양 BU장은 “일본 시장 진출을 우선 검토 중으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인 ‘시알파리’에도 참가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유럽 역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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