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김선욱과 5년만에 공연…더 깊어진 연주 선보이고파”
■19일부터 전국 투어
레스피기·바인베르크 소나타 등
풍부한 울림 담은 작품들로 구성
“피아니스트 김선욱, 큰 영감 돼”
서울·제천·부산 등 11개 도시서
입력2026-05-08 17:31
지면 21면
“김선욱씨가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성장을 했고, 저에게도 큰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이번 듀오에서는 5년 전보다 더 웅장하고 폭넓은 연주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콘서트 투어를 앞두고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그는 주요 오케스트라와 페스티벌 무대에 꾸준히 초청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김선욱과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앙상블 무대를 갖고 있으며, 이번 투어는 2021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 이후 국내에서 선보이는 5년 만의 듀오 공연이다.
특히 김선욱이 최근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쌓아온 경험은 두 사람의 실내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라 주미 강은 “김선욱은 원래도 관현악적인 색채를 잘 살리는 연주자였는데 이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표현한다”며 “재닛 얀센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우리의 실내악을 듣고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음악가로서 김선욱에게 받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고 했다. 그는 “김선욱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그에게는 하루 종일 음악뿐이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이 연주하면서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만큼 음악적인 합이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김선욱의 피아노가 지닌 풍성한 음향과 깊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으로 시작해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스피기와 바인베르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레스피기의 소나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가 카포레토 전투에서 패배한 시기에 작곡된 작품으로, 시대의 비극과 깊은 슬픔이 배어 있다. 유대계 폴란드 작곡가 바인베르크의 소나타 역시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개인적 비극이 반영된 작품이다. 클라라 주미 강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관현악적이고 밀도 높은 소나타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연 전반은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로 시작하지만 끝에는 희망적인 색채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로 마무리한다. 그는 “모든 이야기의 끝은 결국 사랑과 희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선 작품들이 어두운 정서를 담고 있는 만큼, 20대 슈트라우스가 쓴 영웅적이고 밝은 작품을 마지막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클라라 주미 강은 최근 악기를 교체한 이후 한층 풍부해진 음색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1702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를 기아 후원으로 사용 중이다. 그는 이 악기에 대해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나는 남성적인 악기”라며 “레퍼토리의 폭도 훨씬 넓어졌고 더 도전적인 곡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 레스피기의 어두운 정서나 바인베르크 특유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데도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덧붙였다.
연주 인생에 대해서는 “앞으로 30년 동안 전성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지금이 체력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인 것은 맞다”면서도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른 솔리스트보다 활동 수명이 짧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 한계를 깨고 싶다. 70대가 돼서도 전성기 같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는 19일 세종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제천·부천·동해·성남·부산 등 전국 11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이후 두 사람은 8월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듀오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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