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AI까지…수학, 문명을 이끌다
■문명의 뼈대(송용진 지음, 다산북스 펴냄)
미적분은 수많은 ‘수포자’를 만들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던 이 수학 개념은 역설적으로 수학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힌다. 미적분이 나오기 이전의 수학이 정지된 세계를 다뤘다면, 이후엔 변화하는 세계를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적분학을 기점으로 수학의 역사가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속도, 가속도와 같은 순간적인 변화를 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미적분을 통해 인류는 세상 모든 물체의 운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문명의 뼈대’는 그동안 교과서로 배웠던 수학의 역사적·과학적·문명사적 의미를 쉽게 설명해주는 수학교양서다. 저자는 “수학은 수천 년간 지식을 축적하고 발전시키면서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룬 학문”이라고 단언한다. 책은 고대 문명부터 현재 인공지능(AI) 시대까지 수학 발전과 수학자들을 시대별로 풀어낸다.
책은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도 문명에서 시작한다. 토지를 측량하고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발전한 실용 수학은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됐다.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60진법과 숫자 0 역시 이 시기 문명에서 비롯됐다. 이후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계산을 넘어 증명과 논리를 통해 수학을 ‘진리 탐구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중세 이슬람 세계는 쇠퇴기 유럽 대신 고대 수학 문헌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바그다드와 코르도바 같은 도시는 학문의 중심지가 됐고, 당시 쌓은 지식은 다시 르네상스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데카르트의 좌표계, 뉴턴의 미적분학 같은 혁신도 이런 축적 위에서 탄생했다.
수학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문명의 흥망이 갈린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수학과 과학을 중시한 문명은 번영했고, 단기적 실용성만 좇은 사회는 쇠퇴했다고 지적한다. 15세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문명을 자랑했던 명나라가 과학 혁명에서 뒤처진 이유 역시 순수 학문보다 당장의 효용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AI 시대를 다룬 마지막 장에서는 수학이 여전히 ‘진행 중인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은 이제 무한과 증명, 수학의 본질 자체를 다시 묻고 있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는 아직 프롤로그 단계에 불과하며,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순수 수학 역시 미래 기술의 핵심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초·순수 학문보다 실용성을 우선하는 한국이 되새겨볼 지점이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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