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비웃던 괴짜 리더, 인류의 미래 쏘아올리다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에릭 버거 지음, 상상스퀘어 펴냄)
몸값 2조弗 스페이스X 되기까지
성장과정 다큐처럼 생생하게 풀어
실패 감수한 머스크 리더십 조명
주100시간 노동 압박 등은 비판
“파괴적 혁신은 압도적 성장 원천”
도전보다 수성 집중한 韓에 교훈도
입력2026-05-08 17:42
수정2026-05-08 23:45
지면 17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이르면 다음 달 미국에서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 후 기업 가치가 2조 달러(약 29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할 때만 해도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 최대 로켓을 만들어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머스크의 꿈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조롱은 머지않아 찬사로 바뀐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한 번 쓰고 버리던 로켓을 재사용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 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지난해에는 주력 로켓인 팰컨9를 165회나 우주로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 덕분에 인류는 우주에 더 싸게, 더 자주 갈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스페이스X가 실패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우주 기업으로 성장한 과정을 밀도 있게 추적한다. 수십 명의 스페이스X 전현직 직원들을 취재해 로켓 폭발, 위성 손실, 역사적인 재사용 로켓 착륙 등 주요 순간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페이스X의 성공은 머스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스페이스X는 변덕스러운 리더가 있었는데도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 변덕스러운 리더 덕분에 성공했다”고 단언한다. 머스크의 리더십은 책의 중요한 축이다.
“머스크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이 빠르게 돌아간다. 게다가 그는 기꺼이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한다. 머스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에 수반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기꺼이 책임 지겠다는 그의 의지 덕분에 일은 계속 진행된다.”
저자는 실패를 감수하는 스페이스X의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로켓에 액체 산소를 더 많이 채워 넣어 연비를 높인 장면을 든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이 기술을 알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신기술을 개발하다가 폭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반면 머스크는 실패를 감당할 자신이 있었고 결국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저자는 남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며 조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머스크의 공격적인 스타일도 스페이스X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머스크는 2020년 8월 민간 기업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고 나흘 뒤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그는 e메일에서 “스페이스X의 최우선 순위는 스타십(차세대 초대형 우주선)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즉각 그리고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고 썼다. 저자는 “머스크는 한쪽 눈은 현재를, 다른 쪽 눈은 미래를 바라보며 산다”고 설명했다.
물론 머스크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의 직원들은 머스크의 무리한 요구 속에서 극한의 업무 강도를 견뎌야 했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80시간 넘게, 심지어 100시간을 일해야 했고 3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저자가 인터뷰한 한 직원은 “스페이스X의 경영 전략은 사람들이 쓰러질 때까지 일을 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나중에 교체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저자는 당분간 스페이스X를 넘어설 경쟁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대표적인 경쟁 기업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직원은 저자에게 “블루오리진에는 스페이스X처럼 일할 동기가 전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월급은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결국 스페이스X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바로 머스크 자신이다. 저자는 머스크의 돌발 행동 때문에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와의 거래를 끊거나 머스크에 맞서 회사의 균형을 잡아주던 고위 경영진들이 은퇴할 경우 스페이스X가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스페이스X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적이다. 머스크가 있는 한 스페이스X를 반석에 올려놓은 창업가 정신과 파괴적 혁신이 계속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하면서 창업자의 정신과 초기에 느꼈던 배고픔 및 반란 정신을 잃는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직도 저돌적으로 미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심할 여지 없이 머스크 때문이다.”
2·3세대 경영인들이 과감한 도전보다 수성에 집중하고, 노조는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며, 정부는 과도한 규제로 혁신의 싹을 자르는 한국 경영계에 스페이스X의 성공 신화는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588쪽,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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