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의 사각지대 막는 회계기본법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회계 부정사태 때마다 땜질식 악순환
기본법 제정으로 통합 관리체계 구축
투명성 높여 경제 체질 개선 기대감
입력2026-05-11 05:00
수정2026-05-11 05:00
지면 29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건강한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는 투명한 정보이다. 그중에서도 조직의 자금 흐름과 재무 상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회계는 사회 전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 주체 간 신뢰를 만드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회계 규율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사립학교법’ ‘주택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령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제도의 파편화는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낳는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회계 투명성 기준의 심각한 불균형과 일관성 결여다. 영리기업과 사립학교·공동주택 등은 설립 목적과 성격이 달라 세부적인 회계 계정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본질적 책임은 같다. 그럼에도 현재는 법령에 따라 회계처리의 원칙, 공시의 범위, 외부감사 및 감리의 엄격성이 제각각이다.
나아가 회계 부정 사태가 있을 때마다 주무 부처가 임시방편으로 제도를 땜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관된 컨트롤타워 없이 전문성이 부족한 부처들이 제도를 쪼개 관리한 결과 조직의 규모나 사회적 파급력이 큼에도 감사망을 피하는 ‘규제 차익’과 사각지대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올해 1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회계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논의가 본격화됐다. 모든 법인에 적용될 회계처리기준과 공시, 감사의 종합적인 기본원칙을 확립하고 중앙정부 산하에 ‘국가회계위원회’ 같은 회계 정책 컨트롤타워를 신설하자는 것이 골자다. 회계기본법을 통해 기준 제정부터 공시·외부감사·감리에 이르는 전 과정의 원칙을 통합할 경우 국가적 실익은 명확하다.
첫째, 규제 차익·감시의 사각지대가 대폭 좁아진다. 거대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체계적인 규정이 없다는 틈을 악용해 투명성 의무를 회피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국민의 세금이나 투자금이 투입된 모든 조직에 최소한의 기준이 강제함으로써 사후 약방문식 처방에서 벗어나 사고를 미리 막는 촘촘한 통제망이 구축될 것이다. 둘째, 공시와 외부감사에 일관된 원칙이 적용돼 최종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다. 단순한 장부 작성을 넘어 이를 독립적으로 검증(외부감사)하고 사후 감독(감리)하는 절차까지 통일된 규율을 받게 돼 ‘깜깜이 회계’ 논란을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 셋째, 국가 정책 결정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정합성이 향상된다. 부처별로 개별 집계되던 경제·재정 통계가 일관된 원칙 아래 작성돼 거시경제 지표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아울러 부처 간 이기주의나 단기적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회계위원회를 통해 일관된 회계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 회계기본법 제정을 통한 회계 인프라의 선진화는 사회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과 직결된다. 이는 불필요한 감시 비용과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신뢰’라는 귀중한 무형자산을 축적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모쪼록 이번 입법 논의가 정보 생성에서 공개, 검증 및 감독으로 이어지는 회계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고 대한민국 경제 체질을 다질 굳건한 뼈대를 세우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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