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렉라자·세노바메이트…똘똘한 신약으로 ‘고공행진’
■주요 제약사 1분기 실적 발표
알리글로 매출 1년새 4배 뛰고
렉라자 로열티·병용요법 ‘날개’
세노바메이트도 美매출 1977억
현금 수익 R&D 투자로 선순환
“10년 뒤 책임질 성장 기반으로”
입력2026-05-11 07:01
수정2026-05-11 07:01
지면 16면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자체 개발 신약의 해외 판매와 로열티 수익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국내 제네릭 경쟁과 약가 인하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렉라자·알리글로 등 ‘효자 신약’이 실적 개선과 연구개발(R&D) 재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355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46.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실적 개선은 미국 시장에 출시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인 ‘알리글로’가 주도했다. 알리글로는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배 증가한 3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4월 발표된 미국 관세 정책에서 혈장분획제제가 면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알리글로의 분기별 매출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산 대표 블록버스터 폐암 신약 ‘렉라자’를 보유한 유한양행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한양행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37.3% 증가한 5268억 원, 88억 원을 기록했다. 렉라자의 유럽 마일스톤 수령이 지연되면서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해외 판매 로열티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존슨앤드존슨(J&J)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7% 증가한 2억 5700만 달러(약 3774억 원)로 집계돼 향후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익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해외 매출을 앞세워 호실적을 거뒀다. HK이노엔의 1분기 매출은 2587억 원, 영업이익은 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30.8% 증가했다. 케이캡의 1분기 국내 매출은 4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었지만 수출은 44억 원으로 34.4%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중국 등 해외 로열티 수익도 국내 매출 둔화를 보완하고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성장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7.8%, 249.7% 급증한 2279억 원, 8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1분기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48.4% 증가한 1977억 원에 달해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이 같은 자체 개발 신약은 글로벌 수출 및 로열티 유입을 이끌어 하반기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약가 인하와 제네릭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매출이 붙은 자체 개발 신약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효자 신약이 벌어들인 현금을 다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D에 투입하고 있다. HK이노엔은 R&D 조직을 재정비하며 ‘제2의 케이캡’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캡 의존도가 높은 실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HK이노엔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R&D 투자 규모는 859억 원으로 현금 유입의 절반가량이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SK바이오팜도 최근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한 R&D 세션에서 중추신경계(CNS)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와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창출된 수익을 미래 성장동력에 재투자하는 개념”이라며 “신규 파이프라인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이익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궤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신약 하나가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기업의 10년 뒤 먹거리를 책임질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입지 확대가 R&D 투자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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