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 ‘후순위’인 韓…경쟁 집행도 뒤로 밀릴건가
■이창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美·G7, 시장조사 결과 현실로 옮겨
韓은 연구·보고서 발표 단계 머물러
구조 고착 전 경쟁 골든타임 잡아야
입력2026-05-10 16:51
지면 23면
인공지능(AI) 시장에선 우리나라 소비자가 후순위라는 지적이 늘 나왔다. 새로운 AI 기능이 영어권에 출시된 뒤 상당한 시차를 두고서야 한국에 들어오는 일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늦게 만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AI 시장에 대한 경쟁 집행’이다.
지난 몇 년의 풍경을 보자.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 주요 관할의 경쟁당국은 수년에 걸쳐 AI 가치사슬을 조망하는 시장 조사와 보고서 작업을 마쳤다. G7 경쟁당국은 AI 경쟁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결과를 현실로 옮기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의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를 비롯해 시장조사 결과를 실제 집행으로 이어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년간 진행된 연구와 보고서는 본 게임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셈이다.
한국 규제당국도 같은 방향으로 달려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과 2025년에 AI 시장과 관련된 정책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고 후속 연구도 예정돼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쟁당국인 만큼 연구 결과 역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속도다. 주요 해외 당국이 연구·보고서 단계를 넘어 결과를 시장에 실현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한국에선 충실한 연구 결과를 집행으로 이어간 사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가 다른 책상으로 건너가는 데 한 박자가 더 걸린다면, 시장은 그 사이 또 한 박자 더 앞서간다.
AI 시장은 데이터 피드백 루프와 인프라의 수직 통합이 맞물려 한 번 고착되면 사후 시정이 어려워지는 자기강화적 속성을 가진다. ‘시장이 굳기 전’이 AI 시장의 경쟁을 다룰 골든타임이라는 뜻이다. 공정위가 최근 인력 확충을 시행 중이지만 우선순위가 갑을·하도급 등 민생 분야에 집중돼 있어 AI 시장에 대한 경쟁 집행을 본격화할 조직적 기반이 잘 보이지 않는다.
AI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AI 시장 경쟁 촉진’이 정책의 뒷줄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책보고서가 두꺼워진다고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시장이 굳기 전에 움직여야 시장도 움직인다. 한 발 늦으면 두 발 늦는 것이 AI 시장의 구조적 속성인 만큼 공정위가 자신의 보폭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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