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르포]“소공인 집적지구라도 지정돼 숨통”…희망 품는 봉제골목

■서울 성동구 밀집거리 가보니

도선·행당·마장동 인근 일대 지정

막내가 50대…고령화·인력난 극심

기존 봉제사 생산성 향상이 과제

불법 라벨갈이 단속 필요성도 제기

입력2026-05-10 17:23

지면 22면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봉제공장에서 김한성(58) 대표가 작업 중인 모습. 남소정 기자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봉제공장에서 김한성(58) 대표가 작업 중인 모습. 남소정 기자

“기계는 낡고, 배우려는 사람은 없고… 집적지구라도 지정돼 숨통이 트이는 겁니다.”

이달 8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골목 안쪽의 용진사 봉제공장. 작업실에서는 재봉틀 여러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천장 가득 꽂힌 분홍·검정·흰색 실패와 옷의 각 부위를 본뜬 갈색 한지 패턴 사이로 직원 5명가량이 작업을 이어갔다. 봉제 경력 30년의 김한성(58)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인근 일대가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년 전부터 산업을 이어갈 젊은 직원이 끊겼다”며 “이제는 50대 직원이 막내뻘”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위치한 봉제공장.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위치한 봉제공장. 남소정 기자

성동구 도선동·행당동·마장동 일대는 1980년대부터 동대문 상권을 배후로 형성된 봉제 사업장 밀집 지역이다. 한때는 건물 전체가 봉제공장으로 쓰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골목은 평일 오후임에도 적막했다.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할 시간대였지만 불이 꺼진 공장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행복슈퍼를 운영해온 김운중(55) 사장은 “예전에는 ‘드르륵’ 하는 미싱 소리가 골목을 메웠는데 요즘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지역 봉제인들은 스스로 조직화에 나섰다. 2016년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을 세운 데 이어 2018년 성동패션봉제인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집적지구 지정을 꾸준히 신청한 끝에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공식 지정을 받았다. 박상현(57) 성동패션봉제인연합회 초대 회장은 “업체들이 협업해 복합지원센터를 구축할 발판이 생겼다”며 “지역 봉제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위치한 봉제공장.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위치한 봉제공장. 남소정 기자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는 같은 업종의 도시형소공인이 일정 수 이상 모인 지역을 정부가 지정해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되면 스마트 장비 도입, 판로 개척, 공동 기반 시설 구축 등 정부 지원 사업 신청 때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좁고 노후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공동 장비와 기반 시설을 갖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집적지구 지정만으로 봉제거리의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이날 성동구 골목 곳곳에는 오바사와 미싱사를 구한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봉제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층이 줄면서 고령화가 심해졌고 일손을 보태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속 등으로 떠난 뒤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새 인력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봉제사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사실상 유일한 살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 골목에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 지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홍익동 골목에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 지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남소정 기자

불법 ‘라벨갈이’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벨갈이는 외국산 의류를 수입한 뒤 원산지 표시를 국내산으로 바꿔 판매하는 행위다. 연합회 관계자는 “동대문 일대에서 라벨갈이 사업장이 늘고 있지만 협회에는 단속 권한이 없다”고 토로했다. 신용남 신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불법 라벨갈이를 막는 것이 국내 봉제공장을 지키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 사무실.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 사무실.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곳곳에 오바사와 미싱사를 구하는 구인공고가 붙어 있다. 남소정 기자
서울 성동구 곳곳에 오바사와 미싱사를 구하는 구인공고가 붙어 있다. 남소정 기자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