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입지따라 경쟁률 극과 극…양극화 심해지는 지방 분양시장
■지난달 지방 분양 성적표 보니
천안선 호수뷰 ‘엘리프’ 최고 53대 1
379가구 모집에 9956개 통장 몰려
하이빌 파크레인 등은 90%가 미달
대전 등서도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입력2026-05-11 06:45
수정2026-05-11 06:56
지면 20면
지난달 지방 분양시장에서 1만 5000여 가구가 새로 공급된 가운데 일부 단지가 두드러진 청약 성적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이 4만 6000여 가구에 달할 정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가격과 입지를 동시에 갖춘 단지에는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청약 미달과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이 엇갈리는, 단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일 충남 천안에서 1순위 일반 공급을 진행한 계룡건설 ‘엘리프 성성호수공원’ 1·2블록은 각각 평균 26.3대 1,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부분 주택형을 1순위에서 마감했다. 호수 조망을 앞세운 1블록에는 379가구 모집에 9956건의 청약이 접수됐고, 84A 타입은 53.8대 1로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같은 날 대전 서구에서 분양에 나선 포스코이앤씨 ‘더샵 관저아르테’도 606가구 모집에 3962건이 몰려 평균 6.5대 1을 기록해 올해 대전 분양물량 중 독보적인 성적을 올렸다. 전용 59A·84A 등 중소형 타입은 각각 17.5대 1, 16.9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이 같은 결과는 같은 지역 내 다른 단지들의 부진과 대비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4월 ‘엘리프 성성호수공원’과 비슷한 시기 천안에서 청약을 받은 ‘동일하이빌 파크레인’, ‘휴먼빌 퍼스트시티(2회차)’, ‘동문 디이스트 파크시티’는 1·2순위와 기타지역을 합산해도 각각 24~39건 신청에 그쳐 공급 물량의 90%가 미달됐다. 호수 조망을 내세운 ‘업성 푸르지오 레이크시티’ 역시 1400가구 공급에 총 1685건 접수에 그쳤고, 10개 주택형 중 단 1개만 마감됐다. 3월 기준 천안의 미분양은 이미 7699가구에 달하며 이번 결과로 물량이 더 쌓일 가능성이 크다.
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 기준 미분양이 1604가구인 가운데 해링턴플레이스 오룡역은 411가구 모집에 116건만 접수되며 전 주택형이 미달됐다. 도안자이 센텀리체 1·2단지도 1780가구 공급에 3176건이 접수됐지만 6개 주택형 중 5개에서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쏠림의 배경으로 지역 실수요자의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진 점을 꼽는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입지·가격·상품성 세 요소를 모두 갖춘 단지에만 수요가 집중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성적이 좋았던 단지들의 경우 가격 혹은 입지 경쟁력에서 탁월한 장점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미분양이 5000여 가구에 달하는 대구에서 분양한 ‘범어역 파크드림 디아르’는 1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는데 대구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수성구 입지에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 주목받았다는 분석이다. 인근 유사 입지 단지의 시세인 11억 원보다 낮은 9억 원 후반대 분양가(전용 84㎡ 기준)에 중도금 무이자·발코니 확장비 무료 조건이 더해지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높인 것이다.
전북 전주에서 오랜만에 분양한 골드클래스 시그니처 역시 원도심 인프라를 그대로 흡수하는 핵심 입지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축 아파트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일대 준공 15년 이하 신축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전용 84㎡ 분양가 5억 중반 대로 공급한 것도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밖에 ‘엘리프 성성호수공원’ 1블록 역시 전용 84㎡ 평균 분양가를 인근 단지보다 1000만~2000만 원 낮은 5억 6500만 원선으로 책정했다. ‘더샵 관저아르테’는 대전 서구에서 10여 년 만의 신규 공급이라는 희소성에 같은 달 분양한 ‘도안자이 센텀리체’(7억 60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한 6억 2000만 원대로 실수요자를 공략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 부담과 시세 상승 기대감이 낮은 지방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더 까다롭게 청약 대상을 고르고 있다”며 “입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가격과 상품성까지 갖춘 단지에만 청약이 쏠리는 양극화가 더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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