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쇼크에 물가 최대 1.6%P↑…“정책 없었다면 3%대 중후반”
KDI, 원유 운송 차질 물가 영향 분석
운송발 유가 충격 일반 요인의 2배
최고가격제·유류세가 1%P 이상 방어
고유가 장기화 땐 내년 근원물가도 압박
입력2026-05-11 12:00
수정2026-05-11 12:00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원유 운송 차질에서 비롯된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올해 최대 1.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이 없었다면 현재 물가 상승률이 이미 3%대 중후반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유가 급등이 통상적인 수요 변화나 산유국 감산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운송 차질에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 시 물가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에너지 공급망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한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지수’를 활용해 최근 유가 충격을 분석했다. 해당 지수는 올 3월 장기 평균의 8.5배까지 치솟아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국제유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원유 운송망 자체가 흔들리면서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두바이유 가격 상승률이 10%포인트 높아질 때 운송 불확실성에 기인한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69%포인트 올라 그 외 요인에 따른 상승폭 2.00%포인트보다 약 30% 컸다.
소비자물가 영향도 차이가 컸다. 같은 기준에서 운송 불확실성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0.20%포인트 끌어올려 그 외 요인 0.11%포인트의 약 2배로 추정됐다. 근원물가 상승 효과도 운송 불확실성 요인이 0.10%포인트로 그 외 요인 0.03%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KDI는 향후 유가 흐름을 세 가지로 나눠 물가 영향을 추정했다. 두바이유가 2분기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른 뒤 4분기 87달러로 내려가는 기본 경로와 2~4분기 모두 10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고유가 장기화 경로 4분기 80달러까지 떨어지는 유가 안정 경로를 각각 가정했다.
이 같은 가정에 따르면 원유 운송 차질에서 비롯된 유가 상승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1.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고유가가 오래 이어질 경우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도 최대 1.8%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원유 운송 차질이 휘발유·경유 가격만 밀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의 물가 방어 효과는 이 같은 유가 충격을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KDI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8%포인트 낮췄고 4월 유류세 인하폭 확대도 0.2%포인트의 추가 하락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4월에는 최고가격제가 한 달 내내 적용된 데다 국제유가 변동분까지 반영되면서 전체 물가 상쇄 효과가 1%포인트 이상으로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6%에 이를 단순 반영하면 정책 부재 시 물가는 3%대 중후반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단기 유가 안정만으로 물가 안정세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부 정책이 물가 급등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원 종료 이후 물가가 다시 뛰는 리바운드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 연구위원은 “정책 대응도 유가 상승 폭뿐 아니라 충격의 원인과 지속 기간을 함께 고려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