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턴기업 선정돼도 복귀 35%뿐…경영 부담에 머뭇거리는 기업들
204개사 선정해 7703억원 투입
기한 넘기거나 계획 철회도 45곳
내수 부진에 韓 시장 매력 떨어져
노란봉투법 등 노동 규제도 걸림돌
산업부, R&D까지 유턴 인정 확대
입력2026-05-11 17:41
수정2026-05-12 07:46
지면 3면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국내 복귀(유턴)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선정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국내 복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턴기업 선정 후 국내 복귀를 포기한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진한 내수 시장은 물론 올해 초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선정 기업들이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유턴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업 204개사(철회 기업 포함) 중 현재 국내 조업 중인 기업은 72곳으로 투자 이행률이 3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투자 단계에 머무르고 있거나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 기업은 87곳에 달했다. 국내 복귀를 머뭇거리다가 기한을 넘기거나 계획을 철회해 복귀를 취소한 기업도 45곳으로 집계됐다.
선정 기업 수 자체도 점차 쪼그라드는 추세다. 유턴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업 수는 2021년 최고치(25곳)를 달성한 후 2022년 23곳, 2023년 22곳, 2024년 20곳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14곳으로 급감했다. 올해 선정된 유턴기업은 화장품 제조 기업인 한국콜마가 유일하다.
정부가 투자 보조금을 확대하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턴기업 선정 후 국내 복귀 투자 지원금으로 총 7703억여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쏟아부은 금액만 1997억 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고용창출장려금, 법인세·관세 감면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는데 선정 기업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투자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취소 기업 수도 지난해 14곳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유턴기업 지원 제도가 구조적으로 기업의 복귀를 이끌 만큼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 입장에서는 국내의 높은 인건비 부담이 워낙 커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만으로는 복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 역시 복귀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귀한 기업이 시장을 개척한다고 하면 현재 내수는 어렵고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물류비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저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가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노동 규제도 문제다. 실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올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일을 시키는 데 까다롭고 강력한 규제가 많은 한국에서 지원책을 준다고 하더라도 기업들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이 왜곡돼 있는 만큼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만으로는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유턴 여부를 결정할 때는 세금 감면 효과보다 노동시장 규제, 정책 일관성, 상속세 부담 등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더 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 법인세·소득세 감면 정책에 더해 특정 기업의 지방 이전 시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부지 제공 등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산업부는 기존 유턴기업 지원 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영위하던 업종을 그대로 옮겨와야 했던 기존 제도 대신 이종 업종의 전환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등도 포함할 수 있도록 유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 자동화 추세에 맞춰 고용 기준 등 보조금 지원 요건도 합리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